기후변화가 만들어낸 '3월 식목일, 공휴일 지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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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만들어낸 '3월 식목일, 공휴일 지정'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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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3월 기온 올라 "이제 4월은 늦어"
'탄소중립'으로 나무심기 필요성 높아 "마음 편히 나무 심는 시간 제공"
"날씨 변동폭 문제, 절기상 4월 맞아" 반론도
나무를 심는 어린이들. 사진=산림청
나무를 심는 어린이들. 사진=산림청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산림청이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고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무심기를 앞당기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날씨 변동과 식목일의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날짜를 옮기는 게 적절하는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지난 3일 박종호 전 산림청장은 '2021년도 나무 심기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 4월 5일인 식목일을 앞당겨야한다는 의견에 대해 타당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194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3월 기온이 높아져 식목일을 앞당겨야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다만 식목일의 역사성, 상징성 등을 고려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식목일은 1493년 4월 5일(음력 3월 10일) 조선 성종 임금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울 갈았던 날에서 유래된 것으로 광복 직후인 1946년, 황폐화된 국토를 살리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식목일 날짜는 역사적인 의의와 함께 절기상으로도 봄 일이 시작되는 '청명', 전통 명절인 '한식'과 맞닿아 있어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로 인식이 됐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오르면서 3월부터 나무의 잎, 꽃이 나는 등 개화 시기가 빨라지자 식목일을 앞당겨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일례로 식목일이 제정되던 1940년대 4월초 평균 기온은 7.6도였지만 2010년대에는 10.2도로 약 3도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미 봄이 온 4월에 나무를 심으면 양분 공급이 안 돼 나무가 자랄 수 없고 그렇기에 3월로 나무 심는 시기를 당겨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탄소중립'이 국정의 화두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나무를 심어야한다는 인식을 다시 가지게 되면서 '3월 식목일'과 함께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야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민들에게 '식목일=나무 심는 날'임을 인식시키고 탄소중립 계획의 완성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편하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시간을 정부가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2%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심기 기간을 앞당겨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또 '3월 중으로 식목일 날짜를 변경해야한다'는 의견에는 응답자의 56.0%가 찬성했고 '현재 식목일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응답은 37.2%로 나타나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식목일을 3월로 옮기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목일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 등이 꼽혔고 변경 반대 이유로는 '현재 식목일 날짜에 대한 기존 의식', '나무심기에 낮은 3월 기온' 등이 꼽혔다.

또 조사를 보면 '봄철에 나무를 심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59.0%로 나왔으며 나무를 심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은 '나무를 심어 볼 기회의 부재'(37.3%), '나무를 심을만한 장소 물색 어려움'(24.6%)을 주이유로 꼽았다. 

박종호 전 산림청장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봄철 기온이 1도씨 상승하게 되면 잎눈이 틔는 시기가 5일에서 7일정도 앞당겨지게 된다. 그래서 나무를 심는 시기도 당겨야하고 식목일도 당겨야한다는 여론들이 많았다"면서 "우리나라 산림이 나이가 들다보니 탄소배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탄소중립 2050'에 맞춰 30억 그루 나무심기 추진 전략을 진행하는데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금 당기는 것도 검토를 해봐야한다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대략 3월 중하순 정도 될 것이며 '세계 산림의 날'인 3월 21일에 맞추는 안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휴일 지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지정이 됐으면 좋겠는데 전체적으로 나라 공휴일을 지정하는 전체 날수도 그렇고 지정하는 부처가 따로 있기 때문에 관련 부처 협의를 해야하고 여론수렴작업에 들어가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목일 날짜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은 '날씨 변동폭'을 큰 이유로 들고 있다. 과거보다 기온이 높아졌지만 기온이 갑자기 올랐다가 갑자기 내려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경우 나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갑작스런 이상저온 현상이 벌어질 경우 4월말까지도 잎이 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생각지 않고 3월 나무심기를 진행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또 왕이 최초로 밭을 일군 날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절기상 심는 시기를 정한 것이니만큼 절기를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전 청장의 뒤를 이어 최근 산림청장에 취임한 최병암 산림청장은 "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나무심기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향후 식목일 변경 논의에 있어서도 국민 의견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과 함께 반영하겠다"면서 "과거 범국가적 나무심기로 우리나라 산림녹화를 이끌었던 식목일을 미래에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도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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