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후보 '벽보 테러', 혐오로 점철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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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후보 '벽보 테러', 혐오로 점철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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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페미시장' 현수막, 벽보 훼손 "모두를 위협한 것"
'성소수자 공약' 오태양 현수막 훼손, 특정 종교 교인들 집단 행동
신지예 벽보도 훼손 "페미니스트 반감, 혐오 표현"
훼손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의 현수막. 사진=신지혜 후보 SNS
훼손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의 현수막. 사진=신지혜 후보 SNS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청년 후보들의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잇달아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선거 마지막까지 '혐오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뉘앙스의 발언이 후보자의 입에서 나오고 기본소득, 페미니즘, 성소수자 권익 등을 앞세워 출마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벽보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여전히 우리 사회가 '평등'이 아닌 '혐오'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주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을 훼손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으며 상습적인 훼손, 흉기를 이용한 훼손, 방화 등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구속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거 벽보 훼손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훼손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 오태양 미래당 후보, 신지예 무소속 후보 등 청년 후보들의 벽보와 현수막이 잇달아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고의로 누군가가 벽보를 훼손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기본소득'을 표방하는 신지혜 후보,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내건 오태양 후보, 페미니즘을 앞세운 신지예 후보인 만큼 여성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벽보 훼손으로 표출했다는 것이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 걸린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됐다. 이어 서울 강동구에서도 "페미시장 신지혜가 무상 생리대 미프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훼손된 데 이어 반경 2km 내에 있던 신 후보의 벽보도 얼굴 아랫부분이 찢겨진 상태로 발견됐다. 신지혜 후보는 "모두 함께 공존하기 위한 페미니즘을 외쳤다는 이유로 현수막과 벽보가 훼손되는 서울은 모두를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계획적인 혐오범죄인지 확인하고 앞으로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오태양 미래당 후보와 훼손된 현수막들. 사진=미래당
 훼손된 현수막들을 보여주는 오태양 미래당 후보. 사진=미래당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마포 홍대문화공원에 게시된 오태양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현수막에는 '동성결혼, 차별금지, 퀴어축제 전면 지원' 등 성소수자에 대한 공약이 담겨 있었으며 서울 여러 구에서 오 후보의 얼굴 부위, 공약 문구 부위, 현수막 설치 끈 절단 등 훼손이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 5일 훼손한 이들을 붙잡았으며 이들은 특정 종교 교인으로 다수가 모여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태양 후보는 5일 "현재 소수정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선거 현수막 및 벽보 훼손 사건과 폭행, 혐오행위는 공직선거를 방해하는 중대한 국가 범죄 사안이다. 이러한 범죄행위를 엄벌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혐오범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호하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국가 및 인권기관은 특정 종교인에 의한 범죄행위의 진의를 정확히 밝혀달라"고 밝혔다.

훼손된 신지예 무소속 후보의 벽보. 사진=신지예 선거본부
훼손된 신지예 무소속 후보의 벽보. 사진=신지예 선거본부

무소속 신지예 후보도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부착된 벽보가 왼쪽에서 아래로 그어져 훼손된 채로 발견됐다. 신지예 선본은 "다른 후보들의 벽보는 훼손되지 않고 신지예 후보의 벽보만 훼손된 것은 페미니스트 후보에 대한 반감과 혐오가 표현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밝히면서 범죄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특히 신지예 후보는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도 벽보가 훼손된 적이 있어 이번 훼손 역시 '페미니스트'에 반감을 가진 이가 저지른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신 후보는 5일 "시건방지다고, 신지예가 시장이 되면 남성 취업이 어려워진다고 벽보가 훼손된 2018년 서울시장 선거, 기분 나빠서 벽보가 훼손된 2020년 총선이 떠오른다. 여성 시민분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벽보 테러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셨다"면서 "벽보 훼손 사건은 후보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여성 유권자를 향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외치는 후보의 현수막이 불에 타고 여성 후보의 얼굴을 겨냥한 훼손이 발견되는 등 고의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나오면서 혐오가 '벽보 테러'로 이어진 결과가 나오고 있다. 후보들은 훼손 사태가 여성과 성소수자, 서울시민을 위협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퀴어 퍼레이드를 안 볼 권리가 있다", "'퀴어 특구'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성소수자 혐오를 드러낸 발언으로 '혐오'를 표밭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고 곳곳에서 혐오를 드러낸 훼손 사태가 벌어지면서 '보궐선거가 혐오로 오염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곧 인권 문제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소수자를 향한 '혐오범죄'의 증가 역시 우려스런 부분이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등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고의적으로 벽보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혐오범죄와 유사한 모습이다"라면서 "벽보 훼손을 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섬뜩함을 끼고 마음도 상하지만 공정한 선거 운동이 방해받는다는 느낌을 더 받게 된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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