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폐쇄 명령'도 소용없는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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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폐쇄 명령'도 소용없는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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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라파엘의집 장애인 폭행 학대, 가해자-피해자 분리 늦어
인권침해 반복 시설 '시설폐쇄' 내렸지만 매년 지속
장애인단체 "장애인 전담 경찰관 수사, 전담 특수본 설치해야"
지난 2019년 3월 장애인들이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3월 장애인들이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매년 끊임없이 인권침해 사건이 벌어지다. 보건복지부가 인권침해 전수조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설 내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사건에 대한 경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지자체의 솜방방이 처벌은 물론 신고 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처리 과정의 심각한 문제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거주시설 인권침해를 막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장애인 거주시설 라파엘의집에서 직원 15명이 장애인 거주인 7명에게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폭행, 학대를 자행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들은 밥을 안먹는다는 이유 등으로 거주인을 때리고 시설 직원이 거주인의 목을 잡고 강제로 물을 먹이며 발로 공을 차 장애인의 몸에 맞췄으며 재활치료를 위해 '기립기'를 만들면서 실제로는 거주인을 30분 이상 묶어두는 학대도구로 사용하는 등 폭행과 학대를 지속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라파엘의집은 문제의 기립기를 철거했고 일부 직원들의 학대를 인정해 2명의 직원을 권고 사직 처리했다. 하지만 거주인의 팔과 다리에 폭행의 흔적으로 보이는 커다란 멍 자국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해 흔적"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특히 이 시설은 외부인이 출입하기 어려운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고 지난해 10월에는 거주인과 종사자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며 외부 접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학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미 (코로나19 집단 감염 전인) 지난해 8월 공익제보자에 의해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기자 주: 운영법인인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이 서울 강남구 소재다)에 폭행 및 학대에 대한 제보가 있었으며 같은 해 9월 강남구청이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도 9월에 이틀에 걸친 조사를 진행한 후 여주경찰서에 고발조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두 달이 지난 10월에야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이 분리 조치됐다. 그마저도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센터가 가해자로 지목한 5명을 같은 시설 내 다른 생활실로 이동시킨 것이며 이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추가 가해자들은 올 2월까지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해자들이 경찰에 입건됐고 폭행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강남구청은 '개선명령' 처분만 내리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는 매년 빠지지 않고 불거졌다. 지난 2018년에는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동향원이 갑자기 장애인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남성 교사가 여성 거주 장애인을 성폭행하는 등의 인권침해가 이루어졌음이 밝혀졌고 2019년에는 경기 성심동원에서 학대와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장수 벧엘의 집은 장애인 폭행, 추행은 물론 횡령과 강제노역 등이 이루어졌음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미신고시설과 개인운영시설이 함께 있던 경기도 평강타운에서 활동지원사의 폭행으로 거주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무주 하은의집에서 거주인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인권침해가 반복됐던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집이 법인설립허가 취소 및 시설폐쇄 명령을 받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라파엘의집을 비롯한 전국 100인 이상 대형 거주시설 37곳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의 전수조사와 더불어 경찰의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가 절실히 필요하며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경찰 내에 '거주시설 인권침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거주시설 인권침해를 전담 수사해야한다는 것이 장애인단체들의 입장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라파엘의집에서 생활하는 거주인은 발달, 시각장애를 중복으로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피해 사실의 진술 과정에서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과 의사소통의 경험이 많은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이 조사를 진행해야하고 피해자 진술 과정에서 당사자와 신뢰 관계에 있는 조력인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한다. 경찰청이 특수본을 꾸려 전격적으로 대응할 때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은 줄어들 수 있다. 대한민국 장애인 거주시설에 존재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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