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년에도 '아이들에게 죄 짓고 있다'고 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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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년에도 '아이들에게 죄 짓고 있다'고 쓰지 않기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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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7년 전 그 날 아침, 필자는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어떤 기자간담회장에 있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상암동 YTN 건물 스크린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배가 기울어진 화면과 함께 뜬 자막은 '전원 구조'. '뭐 다행이구만'하고 발길을 서둘렀다. 그 때는 몰랐다. 그것이 얼마나 큰 죄였는지를...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무관심'에 대한 자책 때문일 것이다. 꽃다운 아이들이 죽어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전원 구조'라고 믿었던 우리가 모두 공범이었다. 그 부채의식은 촛불로 이어졌고 그 촛불이 그 사건 당시 무능했던 정부를 심판하는 역할을 했지만 촛불이 일으켜 세운 정부 역시 세월호의 진상을 밝히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노란 리본 물결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면서 "속도가 더뎌 안타깝지만 그 또한 그리움의 크기만큼 우리 스스로 성숙해가는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당은 "4월 임시국회 내 조속히 세월호 특검을 출범시켜 진상규명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내딛겠다.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하고 국민들이 명령하는 '모든 사안과 혐의자들을 철저히 수사하는 성역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하고 사고 당시 여당이었던,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있는 제1야당은 "세월호의 아픔을 정치적 이익이나 사익 추구에 이용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왜곡되거나 폄훼되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원이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사고의 주요 책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최근에는 서울고검이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수사외압 등의 사건을 불기소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처분에 대한 유가족들의 항고를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특검을 꾸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계속되는 무죄, 무혐의에 유족들은 재수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려는 정부의 노력 부족은  사고 당시 학생이었던 20대들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린 한 원인이 됐다. 

그 와중에 어떤 이는 '진짜 유족' 운운하는 발언을 하고 어떤 이는 차마 입에 담기에 민망한 유언비어를 국회의원 후보 토론회에서 버젓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치부한 이도 있었고 '그만 좀 해라'고 짜증내는 이도 있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그만하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304명이 사망한 것 자체가 이미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고 자식의 죽음을, 특히 갑작스런 죽음을 쉽게 잊는 부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유족들을 비판하는 그들이야말로 세월호를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고 있었다.

7년이 지났지만 슬픔은 여전히 남아있고 진실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과를 해야 할 이들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 희생자들을 마주할 면목이 없다. 그렇기에 세월호를 잊지 못하고 있다. 내년 이 날 또다시 '우리는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말을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아이들이 죽어가는 순간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며 국민들의 무관심을 이끌어낸 언론들을 대신해 사죄의 뜻을 전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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