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는 HIV 감염인, '장애인 인정'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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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는 HIV 감염인, '장애인 인정'도 못 받는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4.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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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이유로 손가락 잘린 노동자 수술 거부, 13시간 동안 병원 헤매
2019년 첫 장애 인정됐지만 인권위 "전체 감염자 인정은 검토 필요"
장애인인권단체 "감염 자체가 손상, 차별 당한다면 당연히 장애"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올 4월부터 장애등록이 가능한 질환이 확대됐지만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은 이번에도 '장애'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감염을 이유로 병원 진료를 거부당하고 직장생활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을 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HIV 감염인도 장애인으로 인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HIV 감염인 A씨는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던 중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입었다. 그는 한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수술을 받을 수 없어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HIV 감염인임을 밝히자 병원들이 모두 수술을 거부했고 결국 13시간 동안 약 20곳에 달하는 병원을 찾은 끝에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 A씨는 손가락을 굽힐 수 없는 상태다.

특히 A씨는 한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라도 침상에 누워있겠다'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고 "봉합은 바라지 않는다. 묶어만 달라"고 했지만 이 역시 거듭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은 처음에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막상 A씨가 HIV 감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수술을 거부했으며 A씨가 치료약을 받고 있던 국립의료원조차 수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레드리본인권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인권, 장애인단체들은 A씨의 사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내고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HIV 감염인은 대외적으로 감염사실이 알려진 순간부터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경험해야한다. 면역 결핍으로 인해 더 자주 병원을 가야하고, 기회질환 노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내 생명이 담보되는 그 곳에서조차 거부당한 몸으로, 일상에서는 가족과 직장, 이웃에 의해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존재로 살아가야한다"면서 "HIV 감염인의 장애 경험은 장기간에 걸쳐서 일생을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인 다양한 장벽으로 이해되어야하며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로 인정되고 차별은 구제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올 4월부터 장애인정 기준이 확대되면서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지체장애 유형), 백반증(안면장애 유형), 기면증, 투레트 증후군(정신장애 유형) 등 10가지 질환이 장애 범주에 추가됐다. 하지만 HIV 감염인은 장애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감염인들이 진료 거부 등 사회적 차별을 당하고 있음에도 장애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정의되어 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법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어 '사회적 요인'의 문제 역시 장애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조에는 장애인을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손상을 가진 사람'으로 장애를 고정적, 폐쇄적인 개념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 영국, 일본 등은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간주하고 있고 미국, 호주, 캐나다, 독일 등은 법해석 과정에서 HIV/AIDS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HIV/AIDS 감염인의 입원 거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으로 장애를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모든 HIV 감염인 및 AIDS 환자를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감염인 전체를 장애인으로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권단체들은 "다수의 치료제 개발과 항바이러스제의 꾸준한 복용은 혈중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이며, 타인에 대한 감염의 위험성을 제로 상태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V에 대한 이해가 낮은 현실에서 '전파매개행위금지' 규정과 같이 성적생활, 임신 및 출산의 재생산 영역에서의 제약이 뒤따르며 질병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삶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감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장애'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일상 생활의 큰 불편이나 업무 등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아니며 치료가 가능한 감염인들을 장애인으로 규정짓는 것은 법과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는 "HIV에 감염된 자체를 손상으로 봐야하고 이로 인해 차별을 받는다면 이를 '장애'로 인정해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법을 어떻게 해석하냐의 문제인데 물론 치료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감염 상태 자체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손상으로 봐야하는 것이 맞다. 당사자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 어떻게 사회 안에 포섭될 수 있을지를 많이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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