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그 많던 대북 소식통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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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그 많던 대북 소식통들은 어디로 갔을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1.04.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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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적 20일 만에 평양종합병원 기공식에 나타나며 그의 사망설은 헤프닝으로 끝났다. 사진=시사주간 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적 20일 만에 평양종합병원 기공식에 나타나며 그의 사망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지난해 이맘때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 않았다며 신변이상설이 돌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임에도 지나친 비만과 심장병 등 가족 병력 때문에 급기야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그의 신상으로 보면 건강이상설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이슈였고 이 때문에 악성 소문과 왜곡된 정보는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가는 인포데믹현상을 불러왔다.

처음엔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다(정성장)고 나오던 것이 소위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한 탈북민 유튜버들의 검증되지 않은 확인이 그럴싸하게 포장되면서 급기야 나비효과를 낳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북도 묘향산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시술을 받고 향산 특각에서 치료 중”(데일리NK)이라는 보도에 이어 탈북민 출신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태영호)”라고 했고,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지성호)”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다 미국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상태에 빠졌다(CNN)”고 보도하자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다(블룸버그통신)”, “심장수술 후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NBC)”,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유고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갖고 있다(폭스뉴스)” 등 심장수술과 유독설에 이어 급기야 후계구도로까지 옮아갔다.

이에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관련 정보를 종합해 특이동향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탄력을 받은 김정은 사망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잠적 20일 만에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면서 그의 사망설은 해프닝이 됐다. 김 위원장이 다리를 좀 절은 것만 빼면 혼자서 걷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도 아니고, 이미 숨을 거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오른쪽 손목에 붙은 딱정이(가피)를 보고 심장 스탠스 시술을 받았다는 관련보도가 나왔지만 그의 건재함에 묻히는 꼴이었다. 그러면서 20일간 이어진 건강이상설’ ‘사망설레이스는 그렇게 끝났다.

당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낸 사람들이 소위 대북 소식통들이다. ·중 국경에 거주하면서 북한관련 정보를 퍼 나르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이들이 입을 열면 단 한 토막만으로도 거뜬히 단독기사가 됐음은 물론이다.

기자가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 아주 그럴싸한 정보를 터뜨렸던 장본인들이다. 사실 이들은 기자들이 요구하는 정보에 대해 맞다 틀리다만 얘기하는 정도지 사실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그래서 단독에 목마른 기자가 김정은 사망설을 얘기하면 자기도 그렇게 들었다면서 동조하는 척 하며 한두 마디 보태면 일이 커지는 셈이다.

이것 말고도 대북 소식통들의 활약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북관계가 이상하다 싶으면 언제든 등판하는 사람들이어서 언론과 공생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이 전해준 말이 한국 언론을 장식하니 그 뿌듯함이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 많던 대북 소식통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코로나19로 북·중 국경이 막히면서 그럴싸한 대북 소식이 없어지자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이들이 하나 둘 국내로 발길을 돌렸다. 잠깐 소나기를 피해가자던 이들은 코로나상황이 길어지면서 이젠 취업비자로 바꿔 아예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렇다고 대북 소식통 자리까지 내놓은 것은 아니어서 요즘 가장 핫한 북·중 국경 개방문제에 대해 말을 바꿔가며 연명하고 있는 처지다. 여기에 남북관계나 북한 개별관광 문제까지 양념을 곁들이면 누구든 정신이 혼미해지고 만다.

대북 소식통들은 공짜로 정보를 전해주지 않는다. 영화 공작에서 대외경제위 정무택(주지훈)이 서울무역 박서경(황정민)에게 탑 시크릿일 경우 30만달러 이상 쳐줄 수 있다는 말처럼 정보의 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중국 단둥에 갔을 때 한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 주변 다섯 손가락에 대한 정보를 줄 테니 1억원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냥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이런 것 말고도 부지기수다. 하다못해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도 돈 좀 꿔 달라, 뭘 좀 사달라고 대드는 사람도 많다.

요즘 들어 이들 전화가 부쩍 많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북한 그림 얘기나 골동품 판매에 대해 관심이 있을까 툭툭 던진다. 하다못해 북한 관련 전시회를 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묻기도 한다. 돈만 되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면 북한을 들었다 놨다 하는 대북 소식통들도 지금은 고난의 행군중임엔 틀림없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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