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과 농인(聾人)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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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과 농인(聾人) 되기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5.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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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주인공과 농인 공동체의 농인들이 피아노 위에 손을 얹고 진동으로 피아노 선율을 느끼고 있다. 사진=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 화면 갈무리
영화 속의 주인공과 농인 공동체의 농인들이 피아노 위에 손을 얹고 진동으로 피아노 선율을 느끼고 있다. 사진=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 화면 갈무리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여기 있는 모두에게는 믿음이 있어요. 청각에 장애가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고칠 필요가 없다는 믿음 말이에요. 그게 우리에게 중요하거든요.”

다리우스 마더(Darius Marder)감독의 영화 <사운드 오브 메탈>(2019)의 한 장면이다.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한 루빈(리즈 아메드 분)에게 조(폴 라시 분 역)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영화에 나오는 농인 공동체를 받치는 신념인 동시에 영화를 통하여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영화는 루빈이 드럼을 두들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루빈은 여자 친구인 루와 메탈 밴드로 활동하다 어느 날 갑자기 청력을 잃는다. 청력을 잃은 루빈은 농인 공동체에 들어가고 갈등이 있었지만 농인들과 어울리고 수어를 배운다. 그렇게 공동에서 적응하다가 음악활동을 하는 여자 친구의 영상을 보고, 음악을 위해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수술을 한다.

영화는 청인(聽人)의 관점과 농인(聾人)의 관점을 대비적으로 담았다. 시끄러운 헤비메탈 밴드의 연주와 소리가 사라진 장면, 음성으로 대화하는 장면과 수어로만 대화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영화 중반 루빈이 농인 공동체에 들어가며 소리가 사라진 장면은 독특하다. 

이 영화는 상업성을 띠고 대중성을 지향하면서 소수자의 문제를 잘 버무리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Sound of Metal'이다. 헤비메탈(heavy metal)의 음악을 하는 루빈, 청력을 잃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 내면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청력상실 후 인공와우 수술을 한 루빈의 갈등들도 제목에 드러나고 있다. 

수술 후 들리는 낯설고 정신이 없는 소리들. 더욱이 금속의 소리는 관객들이 가슴을 못으로 긋는 듯하다. 수술은 했지만 낯선 소리에 대한 갈등, 스며든 농인 정체성으로 루빈은 결국 머리에 부착된 기계를 떼어낸다. 기계를 떼어내고 소리가 사라지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것이 제목에 내포된 두 번째 의미다.

영화에서는 독특한 장면들도 있다. 농인 공동체의 모습들이다. 수어로 교육하는 모습들,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하여 전등을 꼈다 켰다하는 장면들, 수어(얼굴)이름으로 상대를 부르는 모습 등은 일반적으로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특히 피아노 뚜껑에 손을 얹고 진동으로 선율을 느끼는 농인들의 장면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영화 중반, 루빈이 청력을 잃고 농인 공동체에 들어갔을 때 조가 그에게 과제가 부여된다. “learn how to be Deaf”. 이렇게 칠판에 쓴다. 농인이 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혹자는 청력을 잃으면 '그냥 농인이 되는 것 아니야?' 하고 의아해할 것 할 것이다. 청각에 손실이 오면 청각장애인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농인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 한국어를 사용한다고 저절로 한국인이 되지 않듯이 농인이 되기 위한 조건(환경)들이 필요하다. 그런 조건들은 영화에 나오는 농인 공동체에서 많은 부분 드러나고 있다. 

수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으며, 수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시각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들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공동체로 표현되는 농문화를 향유라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영화는 한 음악인에 대한 이야기면서 농인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소수문화를 공유하는 농인들이 어떤 삶의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국제적으로, 국내법에 의하여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보호와 권리는 강화되고 있다. 농인과 농문화에 대한 지원은 필수가 되었다. 즉, 농인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소통하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영화를 통하여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러한 환경에는 다음 글에서 다룰 내용인 농인과 일반사회의 가교 역할을 했던 ‘코다(CODA)’들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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