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대정신, 헤겔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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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대정신, 헤겔의 시대정신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5.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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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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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인간은 어떤 때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하며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철저한 단독자(單獨者)임을 깨닫는 순간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하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깨끗하고 참된 내면세계를 닦으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우리 곁을 찾아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 이런 시도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지루하고도 질긴 이것들은 100년의 성찰을 통해서도 해결되기 어렵다.

때때로 어리석은 인간은 ‘시지프스의 노역’과도 같은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날 의향이 없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벗어나는 순간 자신이 쌓아놓은 견고한 세계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 걸음 더 처절한 절망의 단계로 나아가는 어리석은 행보다. 사람혁명은 내 안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타인이 아닌 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시대정신과 함께 해야 할 테고, 그리고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정신을 “우리 역사가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정의내리며 “공감을 통해서 찾아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많은 인사들을 천거해 ‘방탄내각’, ‘방탄법조단’을 만들고 퇴임 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의 말이 참으로 민망하게 느껴졌다. 어제는 국회에 14일까지 장관후보자들의 청문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편견에 기초해 내 고집대로 가겠다는 오만이다. 공감, 소통, 시대정신 운운하던 말이 이틀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세상 모든 인류의 위대한 스승들은 외관상의 혼돈과 내면의 합일을 통해 한층 승화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현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여 그 어떤 것으로도 뚫지 못하는 매트리스를 기어코 찾아 들어가는 각고의 여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와 독재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자신이 거머쥔 권력의 무상함을 깨닫고 낡고도 오랜 죽창을 내려 놓으며 편견 및 오만과의 싸움에 종언을 고할 때, 독재는 가물어지고 민주의 찬란함이 눈을 부시게 한다. 게오르크 헤겔이 나폴레옹을 향해 “말 위에서 도시를 살펴보는 황제를, 그 시대정신을 나는 보았다”고 한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열망을 보여준다. 낡아서 이제는 남루해진 수정주의 사관이나 종속이론, 주사파의 사상 은 지금의 시대정신이 아니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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