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성범죄 기사 댓글 막기, 2차 가해 피해 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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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성범죄 기사 댓글 막기, 2차 가해 피해 줄이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5.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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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피해자 청와대 청원 제기, 류호정 의원 "참여 촉구"
"피해자 비난 악플에 정신적 피해 커, 비난은 표현의 자유 안 돼"
"언론 선정적 보도 제재 없이 댓글만 막는 것은 비합리" 의견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준영 피해자의 청와대 청원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준영 피해자의 청와대 청원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 포털의 성범죄 뉴스에 대한 댓글을 막아야한다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나왔다. 피해자를 향한 악플로 인해 성범죄 피해자들이 수사 진행을 포기하거나 가해자에게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등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사전에 이를 막아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미 연예, 스포츠 댓글이 차단된 후에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댓글을 막는 것만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2016년 불법촬영 혐의로 연예인 정준영을 고소한 피해자의 청원이 올라왔다. 그는 "당시 성범죄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가해자의 역고소에 대한 두려움, 연예인과 장기 소송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고소를 취하했다. 과거에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낼 용기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에 2차 가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2016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취재나 진위 확인 없이 터무니없는 억측으로 피해자에게 재차 상처를 남긴 유튜브 영상 출연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고 성범죄 2차 가해처벌법의 입법을 촉구했다. 그리고 함께 요구한 것이 '인터넷 포털 성범죄 뉴스 댓글 비활성화'였다.

피해자는 "사건이 언론에 다수 언급되면서 무수히 많은 악플에 시달렸고 받아들이기 힘든 악플들로 인해 머릿속에서 저를 욕하는 환청이 들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했고 학업도 지속할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수사 진행 중에 사건이 보도되면 피해자가 댓글을 보고 사건 진행을 포기하거나 자신을 탓하고 가해자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등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때문이다"라면서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포털 성범죄 뉴스의 댓글창을 비활성화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2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SNS에 이 청원을 링크하면서 국민청원 동참을 촉구했다. 류호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를 향한 원색적 비난과 인신공격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다. 포털과 언론사의 기술적 조치로 가능한 일"이라면서 포털 뉴스 성범죄 관련 기사의 댓글난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인터넷 포털에는 연예와 스포츠 기사의 댓글난을 없애는 대신 '좋아요', '화나요', '슬퍼요' 등으로 기사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악성 댓글로 인한 것이라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연예 기사의 댓글난이 없어진 데 이어 지난해 배구선수 故 고유민의 극단적 선택이 팬들의 도를 넘는 악플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스포츠 기사에도 댓글난이 사라졌다. 

여기에 피해자가 직접 자신의 피해를 소상히 밝히며 성범죄 기사 댓글을 없앨 것을 요청했고 정치권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반응이 나오면서 포털이 이를 수용할 지가 주목되고 있다. 성범죄를 두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심지어 '꽃뱀' 등의 프레임을 다는 등 댓글의 순기능에 반하는 글들이 나오면서 2차 피해의 온상이 된 댓글난을 폐지해야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중이다.

류호정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특정 카테고리에서 댓글을 막아놨고 지금 실행이 되고 있기에 조금만 신경쓰면 가능하다고 보고 카카오, 네이버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했기에 조치가 취해지는지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2차 가해 가능성이 높은 부분에서는 댓글란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제 건전한 댓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차 가해 등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엄중하게 생각하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댓글난의 폐지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문제로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댓글창을 없앤다고 해도 다른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통해 2차 가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이를 빌미로 다른 분야에서도 댓글란을 없애라는 말이 나올 경우 인터넷 토론의 공간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범죄를 두고 언론이 사생활 들추기 등의 선정적이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보도를 하는 것에는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서 네티즌의 댓글만 막는다는 것은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정준영, 승리 카톡방' 언론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권리 충족이 아닌 사회적 관음증을 부추기는 보도가 문제'라는 응답이 81.8%에 달했다. 본질적인 해결보다는 개인의 비리 들추기에 국한하고(85.8%), 불법 촬영물 속 등장 인물에 대한 추측 보도로 2차 피해를 야기하며(83.6%), 피해자인 여성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고(80.5%), 보도량이 지나치며(77.4%),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연예인 사생활 들추기식 선정적 보도(76.6%) 등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댓글창의 악플도 결국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지나친 보도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니만큼 댓글난 폐지에 앞서 언론의 보도태도를 점검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원에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 나온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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