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동학대·살해 잇따른 중형에도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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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동학대·살해 잇따른 중형에도 분노하는 이유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5.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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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아동학대 엄벌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아동학대 엄벌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충남 천안에서 의붓어머니의 '가방 감금 학대'로 9살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돼간다. 대법원은 의붓어머니에게 징역 25년형을 확정했고, 사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며 대책이 쏟아졌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고, 경기 용인에서는 이모 부부의 학대로 10살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최근에는 양부의 학대로 2살 입양아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아동학대·살해 혐의에 대해 중형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8살이 되도록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아이를 숨지게 한 엄마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고, 5살 의붓아들을 묶어놓고 폭행·방치해 숨지게 한 계부에게도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8살이던 A양이 숨진 것은 올해 1월 친엄마에 의해서다. 친모는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일주일간 방치했다. 특히 친모는 동거남(A양의 친부) 대한 원망의 수단으로 친딸의 목숨을 빼앗아 공분을 샀다. 

재판부는 "아이의 사망 사실을 알게된 아빠가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또 2019년 9월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5살 남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끝내 사망했다. 20대인 계부는 의붓아들을 1m 길이 목검으로 100회 이상 때리고 상습적으로 화장실에 감금 했다. 

계부는 의붓아들을 훈육하려 했을 뿐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형량을 3년 더 늘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5년을 확정했다.

아울러 정인이 양모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비인간적 범행인 만큼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임현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정인이'의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인이'의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재판부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자녀의 존엄을 빼앗을 부모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건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던 것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여론의 분노는 여전하다. 정인이의 엄마, 아빠를 자처한 수백여명의 시민들은 1심 '무기징역' 소식에도 울분을 터뜨렸다. 특히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양부가 이것도 과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해 분노를 유발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최근 잇따른 중형 선고는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전국에서 유죄가 인정된 아동학대범죄 210건 가운데 집행유예가 96건으로 45.7%에 이르고, 실형 선고는 33건(15.7%)에 불과했다. 

반면 국가통계포털에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피해 아동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3만45건으로 2015년(1만1715건)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재학대' 현황도 2014년 1240건에서 2019년 3431건으로 3배가량 치솟았다. 5살 의붓아들을 폭행해 사망케 한 계부도 재학대에 속한다. 

그는 2년 전에도 숨진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온몸에 멈이 들 정도로 폭행했지만 당시 계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아이와 함께 살게된 계부는 결국 의붓아들을 사망케 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범죄에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는 이유 중 하나로 아동학대범죄 대부분이 부모가 행위자이기 때문에 아동이 자의든 타의든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감경요소인 '처벌불원'이 적용된다는 게 꼽힌다. 

5살 의붓아들을 살해한 계부의 첫 폭행 당시에도 숨진 아들의 친모가 가정생활을 유지하길 원하며 처벌을 바라지 않았다는 게 양형 이유였다.

또 법원의 양형 기준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아동학대 범죄 가운데 아동학대치사와 중상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 등 일부 금지 행위에만 양형기준이 있고, 형법상 상해 등 다른 범죄에는 양형기준이 없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범죄별 권고 형량을 논의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시 복지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심각성에 준하는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했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 양형기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아동학대 범죄의 특수성과 다양한 범죄 유형을 고려했을 때 세밀한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아동학대 범죄 전체 처벌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 차원의 세밀한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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