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부처님의 탄생게와 장애인에 대한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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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부처님의 탄생게와 장애인에 대한 관점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5.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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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관불의식. 사진=뉴시스
조계사 관불의식. 사진=뉴시스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19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부처님의 출가한 날(출가절), 깨달음을 얻은 날(성도절), 돌아간 날(열반절)과 함께 불교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여러 성인들에게 있는 것처럼 부처님에게도 많은 설화가 있다. 그 가운데 독특한 것은 부처님이 탄생과 관련한 탄생게(四句偈)다. 여기서 ‘게(偈)’는 ‘게송(偈頌)’을 말하는 것으로 부처님 말씀이나 덕 높은 스님들의 말씀을 리듬을 넣어 운문으로 읊조리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의 탄생 당시 상황을 보면,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옆구리(당시 신분에 대한 상징)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사방으로 일곱 번을 걷고는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외쳤다 한다. 이때의 외침이 탄생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 뜻을 풀어보면,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 세상 모두가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가 모든 이들을 편안하게 하겠다, 정도로 보면 된다.

부처님의 탄생의 상황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불교가 지향하는 지향점을 탄생게로 옮겼다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추구하는 깨달음과 중생구제를 운문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탄생게는 종교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소수자로 대변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탄생게에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은 평등과 자비(사랑)이다. 특히 부처님의 출생은 전형적인 인간 탄생 과정에서 한참 벗어난다. 옆구리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장면은 비정상적인 출생과정이다. 비정상적인 출생의 과정을 밟은 부처님이 평등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는 태어남에서 ‘정상적’인 범주에 들지 않으면 특별한 사람으로 받들거나, 멸시한다. 특히 장애인으로 태어나는 경우 ‘기형’으로 낙인을 찍는다. 표준에서 벗어나서 불쾌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누를 끼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태어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지금도 부모가 유전적으로 장애가 있는 경우 낙태(인공 임신 중절 수술)를 허용하고 있다.

탄생게는 보편적 태어남의 과정에서 빗겨간 부처님이 전 인류를 향하여 평등과 자비를 이야기 했다. 더 나아가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단한 사고를 깨려 했다. 
보편적 틀에서 벗어난 몸, 사고가치에 대한 편견의 사고들 말이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에 대한 분별(구분)이나 가치관을 버리라고 말이다. 이것이 부처님의 탄생게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이런 입장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보편적인 잣대로 세상을 보는 사고에 갇혀 있지는 않는지, 보편의 틀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있다고 관습적으로 보고 분별하지 않아 왔는지 말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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