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법 통과, 큰 산 넘으니 또 산이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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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법 통과, 큰 산 넘으니 또 산이 나오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6.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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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만에 '근로자' 인정, 4대보험 최저임금 등 적용
고용부 인증 법인기관 노동자 한정, 돌봄노동자 등 혜택 못 받아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 누락, 영리업체 등장과 노동자 착취 가능성
지난 5월 가사노동자법 국회 통과 직후 가사노동자들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가운데)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가사노동자법 국회 통과 직후 가사노동자들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가운데)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5월, 68년간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가사노동자가 드디어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면서 4대보험, 연차,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게 되면서 사각지대에서 벗어난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돌봄노동자 등 가사노동자와 유사한 형태의 노동자가 배제되고 플랫폼 업체의 이윤 추구로 인한 착취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지난 21일 국회는 가사노동자 권익 보호와 가사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이 법이 통과되면서 가사노동자들도 퇴직금과 연차휴가, 4대 보험,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가사노동자를 유급으로 고용하고, 서비스 제공 중 생길 수 있는 인적, 물적 손해에 대한 배상 수단 등을 갖춘 법인을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증한다. 또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는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어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의 권리가 보장된다.

또 가사노동자 제공기관과 이용자는 서비스 종류, 제공 시간, 이용요금, 손해배상 관련 사항 등이 포함된 이용계약을 서면으로 체결하고, 계약에 근거해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사노동자 사회보험 가입 등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 및 이에 따른 이용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응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난달 24일 환영논평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가사노동자의 고용안정, 권익항상,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책무를 부여하고, 제공기관과 노동자들에게 조세 및 사회보험료 감면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해 개인간 거래라는 비공식시장에 머물렀던 노동을 양상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상승 등 충격을 최소화했으며 제공기관은 지원을 받는 대신 주 15시간 이상 근로 보장이라는 획기적인 의무를 지게 되어 호출근로의 성격을 뒤바꾸았고, 최초로 입주 가사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명시해 절대 다수가 중국동포 등 이주노동자들로 이루어진 입주 가사노동자들의 권리가 물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의 통과와 더불어 숙제도 역시 주어졌다. 먼저 이번 법이 전체 가사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법의 적용 대상은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법인기관에 소속된 노동자로 한장되어 있어 노동부의 인증을 받지 않은 비법인 기관이나 센터,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해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 

특히 인증 법인기관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가사근로자법이 없어도 이미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법이 모든 가사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특정 직군만 보호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돌봄노동자 등 가사노동자와 유사현 형태의 노동자들은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계속해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결국 법 제정 효과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 가사노동 시장을 비영리 생태계로 구축하기 위한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이 입법 과정에서 누락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공식 가사서비스 시장 마련을 위한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이 논의됐지만 제정안에는 이 내용이 없었고 제공 기관에 대한 조세 감면으로 정리됐다. 이 때문에 플랫폼 업체 등 영리업체들이 공공기관과 가격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할 경우 역시 법 제정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대량생산이 되지 않고 부가수입을 창출할 수 없는 가사노동의 특성상 영리업체가 이윤을 추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 개정이 필수고 반드시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착위가 없는 비영리 생태계를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얻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법안 통과는 큰 의미가 있지만 모든 가사노동자들이 권리를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과 함께 정부가 가사노동자 공급을 위한 비영리 기관을 만들어 영리업체의 착취 가능성을 막아야한다는 것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다가왔다. 일단 법안 통과라는 큰 산을 넘은 만큼 부작용을 빨리 파악하고 개정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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