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명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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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명패 유감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6.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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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세요. 모두가 VIP입니다. 사진=김재화 유머스피치연구원 블로그
자세히 보세요. 모두가 VIP입니다. 사진=김재화 유머스피치연구원 블로그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아들 우진이가 유치원생일 때 사건입니다. 처음엔 우리 아들이 '나중에 피카소가 되나' 하고 놀랐습니다. 사생(寫生)대회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니 말이죠. 하하! 그 일에 대한 진상을 곧 알게 됐습니다.

유치원, 초등 저학년들이 미술, 노래, 글쓰기 등 대회에 나가면 '최우수상'을 받습니다. 모두가요. 처음엔 그런 이상한 시스템에 대해 웃기지도 않는다는 식으로 힐난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알겠더라고요. ‘최우수’ 즉, 최고는 하나인 게 마땅하지만, 아이들 사기진작 위하는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는 것을요.

한 행사장에 갔습니다. 아, 그런데 말이죠, 탁자 위 패에 이름이 쭉 적혀 있는데, ‘어떻게 된 거지?’하고 놀랐습니다. 제 이름은 안경 유리알을 아무리 닦고 봐도 없는 겁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봐도요. 제 이름 제가 모르겠습니까! 제 자리가 없는 거죠.

멋쩍기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그래도 일단 아무 자리에 털썩 엉덩이를 내렸는데, 안내스탭 오더니 명단 보며 “성함이...?”라 검문하기에 아무개라 말했죠. “저...여기 앉아선 안 되시는데요.”

참석여부 묻는 컨펌전화를 분명히 하더니, 애초에 “당신은 와도 자리는 책임 못 짐, 그러니 안 와도 그만인 인물이야!”로 여겼나 싶어 기분이 좀.......

엉거주춤 일어서는 제게 누가 “멍충아, 사회적 명성이 높아야지”라 말하는 거 같아 순간 지명도 낮게 사는 걸 한탄하다보니 무안한 기분이 가중, 이런 속어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쪽팔림이 세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기분 안정되지 않아 그대로 나와서 집으로 리턴.

뒤쪽 공간에라도 서서 빈자리 기다렸다가 혹 노쇼자의 자리라도 나면 거기 앉아 밥이라도 얻어먹었어야 했는지, 어떤 게 잘한 건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초대한 사람이라면 행사 강사, 주례, 축사할 사람 등이 아닌 다음에는 편의제공이 똑 같아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한 그 행사 무척 아쉬웠습니다. 이건 초대자 입장에서 참석자와의 임의 친소관계를 계량, 계급을 정한 거 아니고 뭐겠습니까! 이 일은 제가 스스로 썩 잘했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 겁니다.

위 사진이 제 주관의 행사장 내부 모습입니다. 모두 VIP! 제 주관의 200여 명 참석예상 행사장이었습니다. 남들이 그토록 신경 쓰는 자리 배치를 후다닥 쉽게 했습니다. 30개 테이블 표지판을 전부 ‘VIP석’이라 명명하고 차례대로 앉게 한 겁니다.

빨리 온 사람은 순서에 따라 무대 맨 앞, 그러니까 대개 ‘귀빈석’으로 정해지는 곳에 앉게 했고, 늦게 온 사람은 그가 누구이어도 무대서 멀어진 출입문 근처가 될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서양 선진국 의회는 정원보다 좌석이 적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각한 사람을 서있게 만든 거죠.) 유명 셀럽이 오는 행사일수록 무대 가까이 자리하려는 게 참석자들의 심리죠. 대개 부지런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한 거죠.

최근엔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그다지 많지 않고, 초대를 받았다 해도 참석이 꺼려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중요하다 싶은 행사는 꼭 갑니다. 특히 주관 측의 정식 초대장과 전화 등의 적극적 요청이 있으면요.

모두에게 ‘최우수 참가한 아이들 상 주는 제도’가 더 지혜로울 거 같다고 남의 명패 쳐다보면서 한참을 골똘 상념에 잠겼습니다.

앞으론 누가 어디 오라고 하면 내 자리는 무대 바로 앞에 왕 앉는 용상이나 적어도 대법관 앉는 자리 높고 우단, 이태리가죽 재질 정도로 된 의자가 아니면 안 간다고 할 것입니다. 네에? 영원히 열외 당하면 말죠 뭐 ㅋㅋㅋ!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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