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라스 산(Mount Tauras)을 넘는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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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라스 산(Mount Tauras)을 넘는 두루미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7.0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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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또 정치의 계절이 왔습니다. 원래도 말 많은 곳이 정치계(정치판) 아닙니까. 

그런데 선거 중 왕선거인 대선을 앞두고는 사람은 물론 입 가진 새나 쥐까지 짹짹 찍찍거리는 것 같습니다. 설화(舌禍)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아는 정치인들이면서도 그들은 늘 입이 근지러워 참지 못하는 듯 무슨 말이건 꼭 합니다.

왜, 예전에 한 소설가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 정치인을 두고 ‘입을 미싱으로 박아야’한다고 했다가 크게 당하지 않았습니까. 입조심 하라고 일침 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심한 ‘입놀림’이 되고 말았던 거죠.

인간이 짓는 10가지 죄 중 9가지는 입으로 짓는다고 했습니다. 사람들 입이 언어를 아는 이상 끊임없이 혀를 움직여서 자기를 알리고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데, 문제는 바로 그 기능이 자칫 오작동을 일으키면 어마어마한 화를 입게 된다는 겁니다.

종교에서는 늘 많은 말을 쏟아내는 것 같지만, 기도 중에는 입에서 비롯되는 잘못이 많으니 입조심을 해서 죄를 짓지 말라고 강조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먼저 불교의 경고를 좀 볼까요? 지리산 화엄사에 갔을 때 시간 비는 한 스님께 물어서 안 겁니다.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관세음보살의 광대한 자비심을 찬양하는 ‘천수경’, 아시나요? 

맨 앞에 있는 구절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입니다. 이렇게 3회를 외우더군요.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리수리는 무슨 마술사 주문이 아니라 입을 정화하고자 하는 거라고 합니다.

제가 성당에 나가면서 신부님께 들었던 이 이야기, ‘타우라스 산을 날아 넘는 두루미’도 아주 감명이 깊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여행 경로인 이 산맥 타우라스는 지금의 터키 남부, 키프러스 섬 북쪽에 있는 토로스산맥(Toros Mountains)을 일컫습니다. 동서로 뻗은 길이가 무려 800km나 되니 산 정도를 넘어 기나긴 산맥입니다.

이 타우라스(영어 표기)산은 독수리의 큰 서식지인데, 독수리들이 험준한 타우라스 산을 넘어가는 두루미들을 공격해 배를 채운다고 합니다. 독수리는 자기네의 먹잇감을 쉽게 찾아내는데, 두루미가 시끄럽게 울면서(웃는지도) 나는 관계로 뭐, 여기 저기 사냥정찰을 다닐 필요도 없나 봅니다.​

자, 그런데 뭔가 자꾸 외쳐대다가 자기 위치가 쉽게 노출되는 두루미가 있는 반면에 경험 많고 영특한 두루미들은 거의 독수리 밥이 되지 않는다죠. 머리 좋은 두루미들은 자기 입을 다물게 할 방법으로 돌을 입에 물고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겁니다. 주둥이 잘못 놀렸다가 희생된 동료를 많이 봤던 거죠.

기독교서 타우라스 산을 입조심의 경구로 삼은 건 바울이 괜히 험준한 타우라스 산맥을 넘지 않고 우회해서 선교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랄까...시끄럽게 소리 내는 두루미의 속사정도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두루미가 독수리에게 ‘날 잡아 잡수라!’라고 외치는 것은 아니고 단체로 힘들게 날면서 서로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추임새 같은 소리이기도 하답니다. 사소한 거 같기도 하고 쥐꼬리보다 더 짧은 말이지만 이게 문제가 되려면 산보다 더 커지고 아마존 강처럼 더 길게 변합니다.

어디 정치계뿐이겠습니까! “내가 그 말을 왜 꺼냈지...?”, “무심코 한 내 말을 대하는 그의 눈빛이 무섭게 바뀌던데...괜히 했네...” 이런 후회해봤자 이미 땅에 떨어뜨린 파전 같아서 다시 먹기가 곤란해지고 맙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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