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내건 국민의힘, 여성계 "질 낮은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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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내건 국민의힘, 여성계 "질 낮은 꼼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7.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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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하태경 폐지론 제기, 이준석 "공약 제대로 내라" 사실상 당론
이명박 정부 '통폐합' 추진 실패, 지난해 '폐지' 국회청원 10만 넘어
여세연 "성평등은 폐지 아닌 강화로" 정의당 "국민의힘 당론이라면 망조"
사진=여성가족부
사진=여성가족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는 공약이 나왔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라며 여가부 폐지를 사실상 당론으로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성들의 잇따른 '여성 혐오'에 편승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가부가 현 상황에서 필요한 부서인가'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가 과연 필요할까?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련이 있다. 별도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을 둘 이유가 없다. 정치인이나 대선 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다. 인권에 대한 기본도 없고 여가부 장관이 여성의 권익보호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되면 여가부를 폐지하고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 전 의원은 미국에서 퇴역 군인에게 교육, 주택, 의료, 직업훈련의 기회를 주는 'G.I.Bill'을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도입하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여가부에 소요되는 예산을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주겠다면서 '이대남' 표심 공략에 나섰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여가부 폐지에 동참했다. 그는 6일 국민의힘 의원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남녀평등, 화합보다 젠더갈등을 부추겨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만들어야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제안하면서 "여가부가 어떻게 갈등을 조장해왔는지를 준비되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여성부'로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여성가족부'로 개편됐으며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여성인력 개발, 청소년 보호, 성폭력 및 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등이 주요 소관 업무다. 하지만 성폭행 등의 문제 해결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는 등 성과의 미비함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타 부서와 겹치는 업무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최근에는 젠더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여가부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정치권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다른 부처로 흡수하는 '통폐합'을 추진했지만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가족, 보육 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시키고 여성가족부를 존치시키는 것으로 일단락지은 바 있다. 앞서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국회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이 청원 시작 나흘만에 국회 상임위가 의무적으로 심사해야하는 '10만원 동의'를 얻어낸 바 있다. 당시 청원인은 "여성부는 성평등 및 가족,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하라는 성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며 예산을 낭비했다. 또 여성인권 보호조차도 최근의 정의기억연대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에서 수준 이하의 대처와 일처리 능력을 보여주면 제대로 여성인권 보호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여가부 폐지 및 부처자격 격하에 대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가부가 성평등과 더불어 경력단절여성, 다문화가족, 위기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폐지에 대한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이준석 대표가 잇달아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또다시 여가부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는 6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그냥 캠페인 정도 하는 역할로 전락해버렸다. 그렇게 해서는 여성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면서 "나중에 우리 대통령 후보가 되실 분은 폐지 공약을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다음날인 7일에는 "여가부가 꾸준히 예산을 받아 활동했음에도 지난 10년간 젠더갈등이 상승한 점에서 존재의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폐지에 힘을 실었다.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6일 성명을 통해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들은 성차별 구조에 대한 무지 또는 외면 그리고 성인지 관점의 부재를 드러낸다. 정부 부처 내에서 일어나는 상급자에 의한 성비위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들이 여가부보다 젠더 관점에 기초한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여가부와 여가부 장관에게만 과도한 비난의 화살을 겨누는 것은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던 남성 정치인들이 했던 각종 비위와 잘못된 관행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려는 질 낮은 꼼수다. 성평등 시대에 필요한 것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강화"라고 비판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7일 "유승민 전 의원은 여가부를 없애고 그 돈으로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며 대놓고 남녀갈등을 부추기고 이준석 대표는 폐지 공약이 공식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대에 대한민국 제1야당이 그 길을 역행하겠다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면서 "여가부 폐지가 국민의힘 당론이라면 망조"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은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여가부가 여성 또는 양성평등을 위해서 어떤 가치를 지향한다는 믿음이 없어졌기에 대안을 검토할만한 일이지만 그것 외에도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여가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고, 성폭력 등에 대한 보조 같은 부분을 잘 못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에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가부를 떼어놓은 것이기에 신뢰를 잃은 여가부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논하려면 기능의 공백에 대한 구상이 따랴야한다"고 말했다.

또 조수진 최고위원은 6일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부서나 제도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식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거나 그를 통해 한쪽의 표를 취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분열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문재인식 '분열의 정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분열을 꾀하고 이를 획책해 이익을 취하려는 작태는 더 비판받아야한다"고 밝혔다.

젠더갈등과 대선 시즌이 맞물리면서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은 앞으로 더 치열할 것으로 보여진다. 여가부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과 '여성 위주 정책'이 폐지의 가장 큰 이유로 부각되고 있지만 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며 젠더 감수성에 맞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부서라는 점 역시 존치의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찬반론에 모두 '성평등'이 전제로 깔려져 있다는 점은 성평등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난항을 예상하게 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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