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방일' 띄우는 日, 지켜보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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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방일' 띄우는 日, 지켜보는 韓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7.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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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연일 '문 대통령 방한' 보도, 靑 "정치적 이용"
정부 수출규제 등 구체적 논의 요구에도 日 고자세
'성과없는 회담' 없다는 정부, 日 태도 변화 여부 주목
지난 6월 열린 G7 확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가 맞은편에 서로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열린 G7 확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가 맞은편에 서로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놓고 한일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2년 전 수출규제와 위안부 및 강제징용 배상판결,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과거사 문제 등의 구체적 논의를 우리 정부가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에 대한 답 없이 문 대통령의 방일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방문을 결정하는 것을 '굴욕'으로 보는 시각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한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성과있는 외교'를 지향하고 있어 방문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6일 일본의 보수 언론인 산케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면서 "문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되면 스가 총리가 취임 후 첫 대면 한일정상회담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바로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이 "문 대통령이 방일한다는 통보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도를 부인했고 청와대 역시 "일본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코멘트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참석 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기왕 한일정상회담이 열렸으면 좋겠고, 그 결과 한일간 갈등이 풀리는 성과도 있으면 좋겠다는 건 우리나 일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도 우리 입장을 잘 알 것이고 일본이 (올림픽) 개최국이니 정상회담 하자, 이런 의제로 한 번 해보자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상식적으로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일본은 짧은 시간의 회담에 그칠 것"이라는 보도를 냈고 여러 일본 언론들이 계속해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를 계속했다.

일본이 이처럼 언론을 이용해 문 대통령의 방일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코로나 대응 미숙으로 도쿄도선거에서 패하는 등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스가 총리가 한일정상회담을 분위기 전환용으로 이용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회담을 끝까지 반대할 수는 없기에 만남을 가지지만 가벼운 만남 정도만 끝을 내면서 '생색내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다음 하계 올림픽 (개최국이기에) 예의상으로 오는 거지 실제 본심은 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 문제도 있지만 전혀 흥행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문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이 일본 입장에서는 속으로 고마운 거다. 그런데 스가 정권의 지지기반인 극우세력들은 정상회담을 반대하는데 이렇게 되면 스가 정권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을 접대해야하는데 접대할 수 없는 모순이 있다. 될 수 있으면 회담은 가볍게 해서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오길 바라면서 성과는 주고 싶지 않은 미묘한 관계들이 여론전에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일본이) 많은 압력을 받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적극 개선하려하는데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까지 거부하면 여러 압력으로 스가 정권이 조기 퇴진할 수 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보면 올림픽 흥행과 정권 연장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권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된 거다. 그렇기에 우리가 외교카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는 '성과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수출규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및 위안부 소송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일본 방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계속 방일 분위기를 띄우는 것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가토 관방장관은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막식의 외국 요인 출석은 일본 정부가 초대 주체가 아니다"라며 한 발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가정의 질문이기에 답변하지 않겠다. 외교 상 정중히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며 이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개막식이 10여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주에 방문 여부가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일단 일본 언론의 정치적 이용과 일본의 고자세를 지켜보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결국 일본의 선택에 따라 방문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인데 만약 분위기가 일본의 결정으로 갈 경우 불참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그러나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 남북관계 복원'의 시작으로 보고 있던 정부이기에 일본이 태도를 바꾸면 바로 일본 방문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일본이 올림픽 흥행 참패와 무관심을 깨기 위해 한국 정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성과 여부에 따라 '굴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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