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ji 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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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i 考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7.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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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캡쳐
사진=유튜브캡처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요즘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은 ‘유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단어 ‘유지’는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말 특성에 따라 한자로 표기하거나 그 뜻의 설명 전에는 여러 의미로 통용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어느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부를 때 “우리 고향의 유지이다”라고 합니다. 그 명망가를 한자로 쓸 때는 ‘有志’인데, 같은 한자로 ‘어떤 일에 뜻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유지’는 여러 뜻이 더 있습니다.

‘유지(乳脂)'는 버터, 아이스크림 따위의 원료나 조리에 쓰는 우유에서 얻는 지방질이죠.

또 식물성 유지, 동물성 유지라 부르듯 ‘油脂’는 모든 동식물에서 채취한 기름을 통틀어 이릅니다.

글리세린의 지방산 에스터를 주성분으로 하죠.

그러나 많이 쓰는 유지(維持)는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함을 말합니다.

혹독한 훈련을 거친 올림픽 출전선수들이 체력과 기량을 잘 ‘유지해서’ 꼭 금메달을 땄으면 합니다.

또한 유지로 발음되는 일본어 ‘祐二’는 일본인들 이름에 아주 많습니다. 아마 우리네 철수나 영희처럼 흔한 모양입니다.

이미 한국인으로 귀화를 한 ‘호사카 유지(保坂祐二)는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로 유명하죠. 일본 동경대를 졸업한 그는 33년 전에 우리나라에 와서 유명대학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딴 사람입니다. 근·현대 한·일 관계,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서 아주 빼어난 전문가입니다.

요괴로 보이는 망나니가 요란한 칼춤을 추며 ‘죄인’의 목을 치려하는 찰나, KTX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말을 타고 달려오는 궁궐의 정무수석이 있습니다.

“멈추어라! 어명이시다. 상감마마의 유지가 여기 있다”라고 외칩니다.

이때의 유지는 ‘宥旨’로 임금이 죄인을 용서한다는 명령의 의미입니다.

경상도 분이셨던 제 아버지는 전라도에 사시면서도 곧 출생지 본토 말을 자주 구사하셔서 저희 가족이 잘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았는데요, 사다리가 짧을 때 “유지에 가서 긴 것 좀 빌려 오니라!”라 하셨습니다. 지금도 경상도에선 더러 이웃을 ‘유지’라고 부릅니다.

이야기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큰 사정기관의 대표를 맡았던 분이 중도 사퇴 후 정치를 하겠다며 선언했는데, 엊그제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지(遺旨)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때의 유지는 ‘세상 떠난 사람이 살아 있을 때에 가졌던 생각’이죠.

그 신인정치가는 곧 바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부친이)아사리판에서 (정치참여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하시며 그래도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했습니다.

작고한 사람이 나라에 헌신한 애국자로 생전에 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덕일까요? 그 ‘유지’가 ‘대통령 출마’ 뜻으로 설명해도 어색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요즘 최고로 뜨고 있는 스타의 부인 논문 제목에 ‘유지’가 들어 있어서 말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지킨다는 ‘유지(維持)’이니 영어제목으로 옮길 때는 ‘keep’, ‘maintain’을 썼어야 옳을 텐데, 우리말 소리를 영어로 바꾼 ‘Yuji’로 쓰고 만 일입니다. 

알량한 박사학위 지닌 저도 본논문과 학회지 논문 서너 편을 썼는데, 요약본이나 제목을 영어로 번역할 때 매번 뇌가 지진을 일으켰습니다.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영단어 중 Yuji는 죽었다 깨어나도 없으니, 모르고 썼다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질 일이지만, 단순실수라면 미흡한 시기에 했던 오기이니 너무 심하게 조롱하듯 나무라는 것도 좀 그렇다 싶기도 합니다.

암튼 ‘유지’가 초반지지도를 잘 지탱시키는 노릇을(李) 할지, 사람을 벌떡 일으킬지(崔), 사람을 죽일 것인지(尹)...묘한 이 느낌, 뭔지 모르겠네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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