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옥죈 '장애인복지법 15조', 삭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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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옥죈 '장애인복지법 15조', 삭제될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7.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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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복지법 적용 제한, 거주시설 이용 및 재활사업 등 제외
"활동지원 서비스 필요해도 거부, 연계체계 구축도 안 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국회 발의, 장애인 단체 "갇혀있는 정신장애인 외면말라"
지난 2019년 4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정신장애인 차별 폐지 피케팅을 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4월,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정신장애인 차별 폐지 피케팅을 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신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15조'가 폐지될 가능성이 생겼다. 대부분의 복지서비스에서 정신장애인들이 소외당하는 현실을 막기 위한 것으로 장애인계는 즉각 이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법률을 적용받는 장애인들이 '중복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이 장애인복지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조항대로라면 정신장애인들은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 실비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이용료 지원,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 등에서 제외가 된다.

이 때문에 정신장애인이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개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도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입이 거부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정신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운영하고 복지서비스를 지원해야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존재하지만 장애인의 숫자에 비해 센터의 수가 부족하며 현재 인력도 기존 업무에 코로나블루 상담 업무까지 더해지며 강행군을 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인 중에도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이 있지만 이들 역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를 보면 36개 항목 중 정신장애에 관한 항목은 8개에 불과하며 2018년 현재 전체 정신장애인 중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중복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활동 지원은 전무에 가까운 상황이다. 

서울복지시민연대는 지난달 23일 한 언론에 기고한 기고문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경우 대부분 신체적으로 이상은 없지만, 정신장애 증상으로 인해 혼자서는 대중교통 이동이 어려워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활동지원 등급심사에서 점수 미달로 탈락하기 때문에 활동지원급여를 받지 못하고 이동권을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건강증진시설에 해당하는 각 시설의 목적, 기능, 서비스 내용이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변화 없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복지서비스 등 시대적, 사회적 요구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정신건강증진시설을 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로 규정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주체 간 역할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이고, 지역사회 내 원활한 연계체제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신장애인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15조를 삭제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재근 의원은 "그간 정신장애인은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의료시설 입원 및 퇴원만 반복하면서 소외돼 갔다. 정신장애인도 우리 사회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정신장애인들의 직업 선택, 이동권, 사회 활동 등의 자유는 이제 국회의 공으로 넘어갔다. 장애인계는 국회가 정신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이들이 시민으로서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들을 옥죄어왔던 '장애인복지법 15조'를 삭제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이번 개정안은 정신장애인들을 단지 '환자'로서 치료만 받아야 할 대상으로 만이 아니라 동등한 인권의 주체이자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된다는 데 그 중요성과 의미가 있다"면서 "국회는 폐쇄병동에 갇혀 수십년간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정신병원 내의 정신장애인들, 아무런 복지도 서비스도 없이 가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만을 안겨준 채 병원만 들락거리는 것으로 일생을 보내는 지역사회 정신장애인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조현병을 의심하고, 혐오범죄가 일어나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우리나라에서 정신장애인은 치료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다루어진다. 이번 개정안은 정신장애인이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선언"이라면서 "이 선언이 만들어가지까지 수많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과 장애계의 노력이 있었다. 국회는 이 절박한 목소리를 듣고, 폐쇄병동에 갇혀 살아가는 정신장애인과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복지서비스 없이 죽어가는 정신장애인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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