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가 부른 디지털유로화,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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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가 부른 디지털유로화, 어디까지 왔나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1.07.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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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까지 4년 예상, 법제화등 준비과정 치열할 것
디지털유로화, 장점도 많지만 우려되는 점도 많아

[시사주간=오영주기자] 비교적 현금 사용률이 높았던 유럽지역이 ‘디지털유로화’의 추진을 알리며, 디지털자산의 물결에 올라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0년 10월 ‘디지털 유로(Digital Euro)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발표한지 9개월이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디지털 유로화 발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공식 착수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AP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그동안 시민·전문가들과 협업으로 디지털화폐 도입에 관한 연구를 했다”면서 “그 결과, 디지털 유로화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디지털 유로화의 상용화가 당장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ECB는 디지털 유로화 도입이 완료되기까지 최소 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은행과 소비자 등 이해 당사자와 의논해 디지털 유로화의 개념을 구상하고 유럽의회와 집행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법제화 작업에 대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ECB 대신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제공할 은행과 핀테크 회사의 역할도 정의할 계획이다. 

디지털 유로는 현금과 달리 대량의 화폐를 발행하고 보유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아 화폐관리비용이 절감된다는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결제수단 특성상 익명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자금세탁·테러자금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디지털유로화 가장 큰 공신은 ‘코로나19’

사진=pixabay

이처럼 유럽이 디지털 유로화 도입을 공식화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 19의 영향이 컸다. 유럽은 현금 사용률이 높았으나, 코로나19기간 동안 유럽의 신용카드·전자결제 이용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0년 4월 한 달간 현금에서 신용카드·전자이용결제로 결제습관을 변경한 독일소비자는 25%에서 43%로 18%p 증가했다. 이 중 68%는 카드·전자결제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디지털전환 전문연구기업인 Transforma Insights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약 240억 개의 장치가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되며 유럽연합은 이 중 24%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 연방 재무장관 올라프 숄츠는 2021년 4월 유로존재무장관회의(Euro group)에서 유럽은 단일통화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불 수단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유로 도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다.

파비오 파네타 ECB 이사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서 "디지털화는 결제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디지털로 온라인에서 구매하며 현금의 결제 수단으로서 역할은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은 이런 진전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공공재로서 통화공급은 중앙은행의 주된 임무이며, 중앙은행은 변화의 속도에 발맞춰 대담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4년 후, 디지털유로가 현금 대체 할까?

사진=pixabay

하지만 ECB는 디지털 유로가 현금을 보완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오 파네타 ECB 이사는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디지털 유로의 한도를 3000유로로 제한하거나, 대규모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를 제안했다. 기존 고객들이 위기 상황에서 예금을 상업은행보다 더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ECB로 옮기는 '디지털 뱅크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중은행은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또 현금을 아예 없애고 디지털 거래만 인정할 경우 과점이 진행돼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발생한다. 디지털유로화와 관련해 3개월간 진행된 공청회에 참가한 응답자의 41%는 결제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보안(17%)·범유럽 통용 가능성(10%) 등이 제기됐다.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의한 금융 서비스의 지배에 대한 경계도 높다. 

이러한 국제 금융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ECB는 유로 지역 이외에서의 디지털 유로 소유에 제한을 둘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보고서에서 △ 유럽중앙은행이 디지털 유로를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 유럽중앙은행은 발행만 담당하되 운영은 중개기관에 맡기는 방식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기존 예금업무는 축소되겠지만 금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전자지갑(digital wallet,디지털 화폐를 담아두는 지갑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디지털 유로 생태계(ecosystem)에서 새로운 역할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정 벨기에 브뤼셀무역관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디지털 결제수단의 효율성과 중앙은행 화폐의 안전성을 결합한 것으로 보다 안전하고 빠르고 쉬운 지불수단이 될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국가별로 자체 디지털 화폐 도입을 가속화함에 따라 국가 간 거래방식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 할지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세계 금융환경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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