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우리를 깨운 우상혁의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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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를 깨운 우상혁의 포효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8.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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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우상혁. 사진=뉴시스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우상혁.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1일 저녁 TV로 도쿄올림픽을 보던 이들을 놀라게 한 상황이 벌어졌다. 남자 육상 높이뛰기에서 우상혁 선수가 2m35를 넘으며 세계 정상권에 진입한 것이다.

개인 최고 기록이 2m31이었고 올림픽 출전 기준(2m33)에 미달됐다가 간신히 막차로 올림픽에 합류한 선수가 25년만에 결선에 진출한 것도 모자라 단숨에 개인 기록을 4cm나 경신하며 한국 기록을 세웠고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시청자들을 더 흥분시킨 것은 그의 당당한 모습이었다. 결선에서 그는 1차 시기를 계속 통과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고 2m35 역시 1차 시기에 넘었다.

개인 기록을 경신한 그의 포효에 시청자들은 술렁였고 마침내 시청자들의 시선이 전혀 관심이 없었던 육상 경기로 모아졌다. (이렇게 된 데는 같은 시간에 한 야구가 도미니카공화국에 고전한 것도 한몫을 했다)

2m37에 도전하는 순간 시종일관 미소를 띠던 그도 긴장을 감출 수는 없었다. 무관중으로 치루어진 경기지만 각국의 코칭스텝들이 앉아있는 관중석. 우상혁은 박수를 유도하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1차 시기에 나섰지만 실패. 4위를 유지하던 우상혁은 메달권 진입을 위해 2m39에 도전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그러나 두 번의 시기에서 모두 실패하면서 2m35, 4위의 성적에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그는 진실로 만족해했다. 2m39 첫 도전에 실패했을 때 그는 포효했다. "괜찮아!"라는 포효였다. 그 포효는 '이왕 올라온 거 메달 한 번 따야하는데'라는 욕심과 '이번엔 안 될 거야. 그럼 그렇지'라는 섣부른 체념에 잠긴 우리들을 깨우고 있었다.

이미 그는 자신의 기록을 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욕심부리지 않았다. '괜찮아'. 그리고 마지막 시기 후 그는 거수경례로 잔치를 마감했다. 그는 국군체육부대 소속, 일병 계급의 군인이다.

그동안 올림픽은 '메달 지상주의', 특히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하는 것으로 인식됐고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싸늘히 돌아서는 것이 예사였다. 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해도 고개를 숙이고 '금메달을 못 따 죄송하다'며 펑펑 울었던 우리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적 지상주의는 그야말로 '낡은 생각'이 되었고 성적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풍토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우상혁의 포효는 더 이상 메달만으로 성적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1cm를 넘기는 데도 몇 년이 걸리는 높이뛰기에서 무려 4cm를 한꺼번에 뛰어넘은 능력과 중압감을 떨치고 즐기면서 임하는 자세에 많은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 때문일까? 이날 한 방송사에서만 방송된 높이뛰기 중계는 무려 17%(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높이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인 줄 몰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아직도 여러 종목들이 남아있지만 목표치에 미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지금이다. 그러나 '목표치 미달'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목표를 이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제 한국 스포츠를 이끌 것이라는 것을 이번 우상혁의 활약으로 볼 수 있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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