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버섯, 흑색종, 피부암
상태바
검버섯, 흑색종, 피부암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08.13 07:55
  • 댓글 0
  • 트위터 387,18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필자는 왼쪽 콧잔등에 검은 점이 생겨 동네 피부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피부과 원장은 ‘검버섯’인 것 같으나 ‘흑색종’ 피부암일 수 있으니 종합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해 보기를 권하면서 진료 의뢰서를 발급해 주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Dermatology)에서 조직검사를 한 결과 ‘검버섯’으로 진단했다.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1주일 동안 피부암이 아니기를 기도했다.

“마마자국처럼 굵었던 땀구멍도 졸아들고 검버섯이 핀 얼굴이 푸릇푸릇하다”는 박경리(朴景利, 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土地)> 6권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을 묘사한 구절이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 간 집필한 <토지>는 총 5부 16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897년 구한말부터 1945년 광복을 맞기까지 부유한 지주인 최참판댁 3대에 걸친 이야기로 우리나라 역사와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600명이 넘는다.

<토지>는 한민족(韓民族)이 겪은 고난의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한 점에서 역사소설의 규준에도 적응하는 것이지만,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탐구로서 더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작가는 ‘한(恨)의 사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生命) 사상’을 형상화했다. 즉 소설 속 인물들의 사랑을 통해서 생명사상을 형상화해 내고, 생명사상을 통해 한민족의 세계관이 지닌 인류 보편적 가치를 선양한다. 

검버섯(age spot, liver spot)은 주로 노인의 피부에 생기는 거무스름한 얼룩점으로 ‘검버섯이 피다’나 ‘검버섯이 생기다’라는 포현으로 주로 쓰인다. 검버섯은 피부 노화로 발생하는 피부의 양성 병변으로 주로 중년 이후에 발생하며, 다른 말로는 ‘저승꽃’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젊은 성인이나 청소년에서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검버섯은 의학용어가 아니며, 정식 의학용어는 지루성각화증(脂漏性角化症)이다. 지루성각화증(seborrheic keratosis)은 얼굴, 머리, 체간(體幹, trunk) 등에 많이 발생한다. 정상피부색, 담갈색, 갈색, 흑갈색 등 여러 가지 색조를 나타내고 표면은 각화성으로 피부의 각질이 증식한 상태로 피부가 두껍고 딱딱해 지며 자각증상을 없다. 직경은 5-10mm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 cm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루성 각화증은 양성이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지는 않지만, 환자가 미용상의 문제로 제거를 원하는 경우에는 외과적으로 제거한다. 즉 지루성 각화증의 병변부위를 외과용 메스로 정방향으로 평평하게 제거하며 제거 후에는 창상(創傷)을 소독한다. 또한 동결요법이나 전기메스 레이저 메스 등을 이용하여 열에너지에 의해 조직을 제거할 수도 있다.

지루성 각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老化), 자외선 노출, 유전적 요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는 동물의 피부나 피하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일부의 경우 인간에게 유두종을 유발한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현재까지 DNA 수준에서 34종 이상의 형태가 다른 것이 알려져 있다.

지루성 각화증은 악성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않지만 드물게 피부암(皮膚癌)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지루성 각화증은 흑색종(黑色腫), 악성 에크린한선종(eccrine 汗腺腫), 기저세포암(基底細胞癌), 편평세포암 등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이 중 기저세포암으로 가장 많은 악성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병변의 급격한 크기 증가, 세포 조직의 일부 괴사(壞死) 등 이상 소견이 보이면 감별을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피부암(皮膚癌, skin cancer)이란 인체의 가장 바깥층인 피부에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피부암은 편평상피암, 기저세포암, 흑생종(黑色腫), 카포시육종(Kaposi's sarcoma), 파젯병(Paget disease), 유방외(乳房外)파젯병, 균상식육종(菌狀食肉腫) 등 여러 가지 악성 피부질환을 총칭하는 말이다. 피부암은 크게 악성(惡性)흑색종와 흑색종 이 외의 피부암으로 분류한다. 악성흑색종을 제외한 비(非)흑색종 피부암은 다른 부위의 암에 비해 전이확률이 낮아 사망률도 낮은 편이다.

피부암의 원인은 질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저세포암은 오랜 기간의 자외선 노출이 주요인이며, 편평세포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자외선 노출로써, 대부분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Bowen's disease) 같은 질환이 먼저 발생하고 이어서 편평세포암이 발생한다. 흑색종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유전적 요인과 자외선 노출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모나 자식에게 흑색종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8배의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기저세포암의 흔한 침범부위는 얼굴이며, 손과 팔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편평세포암은 얼굴 상부, 손등, 팔등, 아랫입술, 귓바퀴 등에 생기며, 병변은 결절판모양, 사마귀모양, 궤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만졌을 때 딱딱하다. 흑색종의 흔한 침범부위는 손발가락, 얼굴(특히 코와 뺨), 등, 정강이 등이다. 대부분 증상이 없이 평범한 검은 반점이나 결절로 보이며, 병변이 대칭적이지 않고 경계가 불규칙하고 색깔이 다양하고 직경이 0.6cm 이상이다.

2020년에 발표된 중앙癌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 우리나라에서 24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는데, 그 중 악성흑색종은 587건(남자 295건, 여자 292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2%를 차지했다.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粗發生率)은 1.1건이며, 남녀의 성비는 1:1로 비슷하게 발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27.3%, 60대가 22.8%, 50대가 18.6%의 순이었다.

악성도가 높은 악성흑색종(malignant melanoma)의 경우 가려움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다. 일반인에게 ‘ABCD 관찰법’이 도움이 된다. 즉, Asymmetry(비대칭성), Border irregularity(불규칙한 경계), Color variegation(색조의 다양함), Diameter(직경이 0.6 cm이상) 등이다. 그러나 모든 악성흑색종이 ‘ABCD’의 모양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다른 질환도 이 기준을 따르기도 한다.

‘비대칭성’은 일반 점은 중심점으로부터 균등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좌우 대칭적인 형태를 보인다. ‘불규칙한 경계’는 일반 점은 종양의 가장자리 모양이 굴곡이 없는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보인다. ‘다양한 색상’은 일반 점은 표면의 빛깔이 한 가지 색으로 균일한 색조를 보인다. ‘직경이 0.6cm이상’은 일반 점은 대부분 크기가 0.6cm를 넘지 않는다.

악성흑색종은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예후를 결정한다. 흑색종 진단은 조직검사로 확진할 수 있다. 흑색종이 맞을 경우, 브레슬로(Breslow) 두께를 측정하여 절제수술시 범위와 감시림프절생검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사를 통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추어 치료법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악성흑색종은 모양, 발생양상, 분포 등의 특성에 따라 선단 흑자성 흑색종, 결절성 흑색종, 표재 확장성 흑색종, 악성 흑자 흑색종 등 4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선단 흑자성 흑색종(Acral Lentiginous Melanoma)은 사지 말단부위, 손바닥, 발바닥, 손가락, 발가락에 주로 발생하며 동양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악성흑색종 중 약 52-80%를 차지한다. 표재 확장성 흑색종(Superficial Spreading Melanoma)은 서양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7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매년 3000여명이 악성 흑색종으로 진단되며, 이 중 70% 이상이 손ㆍ발톱 혹은 손ㆍ발바닥에서 발생하고 있다. 모든 손ㆍ발톱에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엄지 손ㆍ발톱에 생기는 병변은 악성일 가능성이 높다. 엄지에 3mm 이상의 검정색 띠 모양의 병변이 생겨서 색이 진해지고 점차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거나 손ㆍ발톱에 국한하지 않고 주변 살점으로 퍼지는 경우,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미국합동癌위원회(Joint Committee on Cancer, AJCC)는 종양의 두께와 조직 침범정도를 기준으로 흑색종의 진행단계를 4단계로 분류한다. 1기와 2기에서 예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병변의 두께와 궤양의 유무이다. 궤양이 있을 경우 병기가 더 진행한 것으로 본다. 3기에서는 전이된 림프절의 수이며, 림프절이 밖에서 만져질 경우 병기가 더 진행한 것으로 본다. 4기에서는 전이된 병소의 수와 전이된 장기의 위치이며, 내부 장기로 전이되었을 경우 예후가 나쁘다.

치료는 발생 초기부터 다른 장기로 전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직 침범 깊이가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악성도(惡性度)가 높은 종양이므로 조기 진단과 수술적 완전 절제가 치료의 근본이다. 치료는 외과적 수술치료가 흑색종의 가장 보편적이면서 확실한 치료 방법이며, 눈에 보이는 종양과 이를 둘러싼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를 함께 제거한다. 이유는 정상으로 보이는 피부도 관찰하면 암세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된 암인 경우 전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면역요법 등을 시행 할 수 있다. 암이 진행된 경우, 원발 부위와 국소 림프절을 절제한다. 수술 후에 재발을 막기 위하여 고용량 인터페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 흑색종 치료에 각광받는 것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 point inhibitor)를 활용하여 환자 자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이다. 

피부암 예방을 위하여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몸에 생기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검사하여야 한다. 약 80%의 피부암은 태양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외출할 때는 태양광선을 차단할 양산이나, 모자, 긴 옷 그리고 자외선차단제, 썬글라스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햇볕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은 구름을 뚫고 들어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몸에 점이 많은 경우, 크기나 모양이 일반적이지 못한 경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이상한 점이 있거나 손톱과 발톱에 검은색 띠가 나타나는 경우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받도록 한다. 선천성모반(갈색 반점), 특히 거대선천성모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정기적인 상담이 도움이 되고 비정상적인 병변인 경우에는 예방적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흑색종(黑色腫, Melanoma)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부암은 조기에 진단하면 비교적 쉽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피부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점이나 다른 피부병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부암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은 뒤에는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치료 부위를 잘 관리하여 덧나지 않도록 하여야 흉터가 적게 남는다.

흑색종은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초기에 피부 검사를 통해 일반 모반(색소반점, nevus)이나 점(點, spot)과 구별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W

pmy@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