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인형 장관·설탕 차관, 법무부에 지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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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인형 장관·설탕 차관, 법무부에 지금 무슨 일이…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8.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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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사진'의 사전적 정의 입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생긴 이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요. 가끔 피사체 외에 의도치 않은 배경이나 사물이 찍힌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의도한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정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김정은 위원장이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가운데 우산을 직접 들고 있다. 사진=NEW DPRK
김정은 위원장이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건설현장을 시찰하는 가운데 우산을 직접 들고 있다. 사진=NEW DPRK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온 김정은 사진에 놀라셨죠? 오늘 사회면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설탕 차관' 논란을 빚은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겨냥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반영한 사진을 찾아 본건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우산은 스스로 든다"는 네티즌의 질타를 받은 강 차관의 '황제의전' 논란은 27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시작됐습니다. 강 차관은 이날 이곳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들의 정찰을 위한 지원방침 발표에 나섰습니다. 

브리핑은 비가 내리는 야외에서 약 10분간 진행됐는데요. 진행하는 동안 한 법무부 직원이 강 차관의 뒤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창 차관이 비를 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은 그는 목에 공무원증을 걸고 있었죠. 

물론 제일 먼저 반응한건 야당이었습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비 맞으면 녹는 설탕인가"라고 비꼬았습니다. 

또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면 발표 장소를 옮기던지, 그냥 옆에서 서서 우산을 씌워주던지, 아니면 그냥 맞으면서 발표하면 될 일"이라면서 "무릎 꿇리고 우산 받쳐 들게 하는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 법무부 관계자들의 세계관 자체가 경악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네티즌들도 "비 좀 맞으면 죽나" "벌 받는 모습인가" "썩은 관료주의"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라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아프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하는 동안 한 직원이 뒤쪽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27일 아프간 특별입국자 초기 정착 지원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하는 동안 한 직원이 뒤쪽에 무릎을 꿇고 우산을 받쳐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논란이 커지자 강 차관은 이날 오후 사과문을 통해 "엄숙하고 효율적인 브리핑이 이뤄지도록 저희 직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진력을 다하는 그 숨은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한 점,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저 자신부터 제 주의의 한 사람 한 사람 인권이 존중받고 보호받도록 거듭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 차관의 이 같은 사과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직원이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받들어준 것은 본인의 지시가 아닌 해당 직원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선을 그으려한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법무부 직원이 무릎을 꿇는 과정에서 강 차관이 뒤를 돌아본 장면, 누군가가 우산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손가락 지시를 한 장면이 담긴 영상이 퍼졌기 때문에 강 차관의 사과는 설득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양 대변인도 말을 보탰습니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은 분노만 더 키운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영상으로 보는 국민들을 우습게 아느냐"면서 강 차관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이날 법무부발 논란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을 취재하는 기자단에게 법무부가 자리를 옮겨 박범계 장관의 '인형 전달식'을 촬영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취재진은 공동취재 기자단을 구성해 이날 인천국제공항 보안구역에서 필사의 탈출 후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간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친 아프간 특별입국자 가족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친 아프간 특별입국자 가족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창 취재 중인 기자단을 향해 다가온 법무부 직원은 "입국심사대 앞에서 아프간인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인형을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하니 그 곳을 취재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단은 아프간인 입국 장면을 더 취재하겠다고 거부했지만 법무부 직원들은 급기야 "공항 취재를 우리가 허가했는데, 협조를 해주지 않으면 허가를 안 해줄 수도 있다" "여기는 방호복을 입은 사람만 있을 수 있어 기자들은 여기 있을 수 없다"면서 장관 행사장으로 이동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아프간 협력자보다 장관 홍보에 더 신경을 쓴 법무부 직원과 무릎까지 꿇어가며 차관이 비를 맞지 않도록 의전한 법무부 직원. 하루 사이에 벌어진 두 해프닝(?)이 너무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 뿐일까요?

"지시나 지침이 아니었다면 이건 법무부의 문화입니까?"라는 야당 대변인의 물음에 법무부가 답할 차례입니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습니다. '한 번에 둘을 보여준' 법무부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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