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소2 출시후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세, 게임업계 지각변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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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2 출시후 엔씨소프트 주가 하락세, 게임업계 지각변동 오나
  • 이한솔 기자
  • 승인 2021.09.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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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2 출시와 함께 주당 60만원대까지 후퇴⋯K-게임산업 격변오나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2가 출시 이후 기대와 달리 흥행하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2가 출시 이후 기대와 달리 흥행하지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엔씨소프트

[시사주간=이한솔 기자지난해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한 엔씨소프트가 게임 이용자들의 민심분산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확률형 콘텐츠’로 인한 지나친 과금 문제로 게임 업계의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7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연초 대비 36.4% 가량 하락했다. 그 이유라면 지난달 26일 유저들의 기대를 안고 출시된 ‘블레이드앤소울2(이하 블소2)’의 성과가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이다. 또 연초부터 문양롤백 이슈로 불거진 리니지 불매운동과 pay to win(이기기 위해서 지불해라)에 지친 게이머들의 영향도 있다.

특히 크래프톤이나 펄어버스, 카카오게임즈 등 다양한 게임 업종 투자 대안들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기인한다.

블소2는 사전 예약 수만 746만명을 기록하면서 게임순위 1~2위에 머물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BM)이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 출시 이틀 만에 엔씨소프트가 일부 아이템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빠져나가는 유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블소2 한국 초반 기대치 미달은 뽑기 시스템(가챠)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 체계에 대한 유저의 불만과 피로감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블소2 출시와 함께 하락세타는 엔씨소프트⋯주당 100만원대에서 60만원대까지

엔씨소프트가 민심을 잃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리니지M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이 주목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문양 시스템의 과금을 낮추도록 구조를 개편했는데, 최상위 유저들(고액 과금 유저)이 반발하자 시스템을 롤백한 후 현금이 아닌 현금성재화(다이아)로 돌려주는 등 부적절한 대처가 문제가 됐다.

고액 과금 유저의 눈치를 보다 중·소 과금 유저들을 놓치게 된 셈이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고 트럭시위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게임업계에 돌풍처럼 불어온 ‘확률형 컨텐츠’ 이슈가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사진=키움증권 영웅문 캡처

이처럼 블소2가 출시된 이후로 주가도 급락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연초 최고 104만8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9월 7일 기준 최저 61만20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블소2 출시 직후 과금 유도 아이템 ‘영기’가 문제가 되자 엔씨소프트는 공식 사과와 함께 게임 난이도를 낮추는 시스템 개편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플레이에 진짜 필요한 각종 장비 제작을 위한 재료는 영기를 사용해야만 습득이 가능했다”며 “확실하게 무과금 유저들을 게임에서 배제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 출시될 경우 ‘정액제(Buy to play)’ 게임과 달리 ‘무료게임’은 유저들에게 덜 부담이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초기 투입비용이 없기 때문. 그러나 블소2의 경우 ‘영기’라는 아이템을 구매해야 유의미한 재화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겉모습만 ‘부분유료화’ 게임일 뿐 사실상 정액제 게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후 조치를 취한 엔씨소프트지만 블소2에 대한 반발은 심해져가는 양상이다.

◇ 가챠가 뭐길래...

가챠란 일본 의성어로 슬롯머신 뽑기기계인 ‘가샤폰’이 모티브가 됐다.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서 소액을 지불해 경품을 랜덤으로 얻게 되는 영리구조에서 ‘가챠시스템’이라고 불린다.

최근 게임업계의 3대장이라 불리는 3N(넷마블·엔씨소프트·넥슨)이 확률형 콘텐츠와 관련된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넥슨이 서비스 중인 ‘메이플스토리’가 업계 자율규제 인증마크를 받고도 확률형 아이템 뽑기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게임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넥슨 측은 특정 아이템의 추가옵션 획득 확률을 ‘무작위’로 결정된다고 공지해왔다.

유저들은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현금을 투자하면서 추가 옵션을 띄우기 위해 유료 아이템을 구매했으나 사용 시 랜덤으로 발동해야 할 추가옵션의 획득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확률에 대한 불만은 개선에 대한 실효성이 없었다.

그러다 유저들을 공분하게 만든 사건이 터진다. 넥슨이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고 공지했기 때문. 그대로 해석하자면 공지 직전에는 추가옵션의 확률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강재 법무법인 유안 변호사는 “과거에도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에서 무작위로 지급된다는 광고와 달리 획득 확률이 낮게 설정된 것이 적발돼 과징금 9억3900만원이 부과됐던 사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강재 변호사는 “메이플스토리 내에서 일어난 사건은 게임사 측의 도의적 잘못을 했다는 정도를 넘어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며 “막대한 수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기망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 확률공개를 위한 국회 움직임⋯“하다못해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확률 공개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에서도 확률 조작을 국민이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발의가 쏟아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확률을 속일 수 없도록 시민감시와 견제를 의무화하자는 취지에서 ‘확률조작 국민감시법’을 발의했다. 위원회가 확률형 콘텐츠의 확률 구조와 확률정보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시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통해 ‘유료+무료’ 요소가 결합된 컨텐츠를 확률공개토록 하고 캡슐·강화·합성형 콘텐츠를 자율규제 대상 범위로 포함시키는 등 개정내용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협회 관계자는 “게임사 차원에서 이용자가 느끼는 것에 대한 의견에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결국 게임산업은 이용자와 개발자가 함께 가야하는 사업이다”며 “애정이 있는 만큼 유저의 의견도 많은 것이니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율규제가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을 뿐, 한국식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이용해 다수의 게임사들이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온전히 운에 기대야 하고 지출해야 하는 금액의 상한선도 없고 확률도 현저히 낮다”며 “사행성을 조장하고 지출을 유도한다. 하다못해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확률을 공개하는데 이는 이용자들의 최소한의 알 권리다”고 밝혔다.

확률형 콘텐츠는 적당 선만 유지할 경우 재밌는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박상우 사우스포게임즈 대표는 “확률 성격의 콘텐츠는 적당한 선에서 잘 구현만 된다면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게임사는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확률이나 과금 요소가 있더라도 유저들이 재밌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리니지식 BM 탈피하겠다는 리니지W, 엔씨소프트의 새 모습 보여줄까

블소2의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신작 사이클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오는 11월 ‘리니지W’와 내년 상반기 ‘아이온2’ 또 블소2의 해외확장 등이 예상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를 11월 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년 가까이 개발을 진행한 엔씨소프트의 히든 카드다.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 구현을 위해 글로벌 원빌드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형 MMORPG의 비즈니스 모델인 pay to win과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리니지IP(지적재산권) 팬덤에 근거해 아시아 시장에선 성공할 가능성이 꽤 높다”며 “또 내년에는 PC게임인 ‘프로젝트TL’과 새로운 모바일 게임 ‘아이온2’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신작 라인업의 빠른 가동에 근거한 실적과 기업가치 반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는 기존 리니지M형 BM·콘텐츠와 다른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면 효과가 있었던 기존 모델에서 북미·유럽을 아우르는 모델로 변형한다는 의미로 초고액과금·치열한 경쟁 중심에서 범용성이 높은 콘텐츠·BM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추정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영기’시스템을 없애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증권가는 설명했다. 향후 블소2의 행보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SW

lhs@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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