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닌 말만 험악하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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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아닌 말만 험악하면 다행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10.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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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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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기분, 생각, 사상을 소리 내 표현하는 것이 말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당연히 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하기 마련이죠.

그렇다면 지금은 코로나라는 끔찍한 역병과 싸우고 있고, 몇 달 남지 않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때이니 특별한 시기임이 분명합니다. 한탄과 비난을 넘은 중상모략이 난무하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겠죠.

공기 중에 난무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귀에 들어가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자기 말 또 듣게 되는 말 중 험한 것들이 꽤나 있습니다. 어떤 건 뜻을 알면서, 어떤 것은 그냥 대충 짐작으로 입에 올리는 불량품 말들을 들으면 때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자꾸 찾게 돼서 그럴까요? 맛있는 김밥을 ‘마약김밥’이라 합니다. 김밥 안에 진짜 마약을 넣었다면 마약관리법, 식품위생법 등등 형법으로 무거운 벌을 받겠죠. 그러니 이름만 마약입니다.

‘죽인다’는 더 위험한 말입니다만, 생명체의 목숨을 뺏는 것이 아닌 본래의 색깔, 크기, 특징 따위를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나 심지어 뭔가 아주 뛰어났을 때의 감탄사로 더 많이 씁니다. “캬아, 술 맛 한 번 죽인다!”

남의 말을 중간에 멈추게 하는 것을 ‘자른다’고 하고, 해고나 탈퇴를 시키는 것에 ‘모가지를 자른다’라 하는데, 들었을 때 “으악!!”하고 놀랄 말입니다.

특정 지역 일부 사람들은 “이런 문둥이 지랄하네!”라는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데요, 이게 희한한 것이 허물없는 사이는 욕설도 아닌 오히려 라포르형성(친밀감 돋우기)으로 쓰이니 어리둥절~~~~~~~합니다. ‘나병’에 ‘간질’을 이렇게 쉽게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비용 부담하는 ‘쏜다’도 무섭고, 멋지게 한판 행위를 하는 게 왜 폭행의 말과 같을까요? ‘때린다’고 하잖아요!

유래나 정확한 뜻은 잘 모르고 별 생각 없이 입에 올리는 말들도 있습니다. ‘골로 간다’, ‘골로 보낸다’를 그저 혼을 좀 내준다는 가벼운 벌 정도로 안다면 큰일입니다. 이 말은 그 유래가 무시무시합니다.

6.25 전쟁 전후로 우리 군경이나 북의 인민군들은 서로의 적에게 단지 밥 한 그릇 줬다는 이유로 학살하곤 했습니다. 그 시대가 야만과 공포가 만연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죄 없는 사람을 남들 눈에 잘 안 띄는 골(골짜기)로 데리고 가 총살을 했다는 아, 이런 반인륜 행위가 있었다니요!

사람들은 학질에 걸린 듯 떨며 목구멍 풀칠을 위해 나아가선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인간답지 못하게 살아야 했죠. 그래야 ‘골로 가지’ 않으니까요.

악마가 아닌 담에야 ‘누구를 외딴 산골짜기로 데려가서 아무도 모르게 죽인 뒤 묻어버릴 일’을 결코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번듯한 정신의 인간인 우리는 ‘골로 보낸다’라는 말을 단 한 번만이라도 써선 아니 됩니다, 아니 돼요.

또 하나, ‘공갈빵’은 속은 비었고 겉허울만 그럴 듯한 것을 재미나게 말하는 건데, 사실 이 공갈(恐喝)은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름’의 뜻입니다. 그래서 엄연히 공갈협박은 바로 범죄죠.

정치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말들은 이전에 자주 언급을 했기에, 이번엔 잠시 참았습니다. 없다는 게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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