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 아닌 '절반의 성공' 거둔 누리호…실망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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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패 아닌 '절반의 성공' 거둔 누리호…실망하긴 이르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10.2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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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개발 프로젝트 착수한 지 12년 
내년 5월 두 번째 발사 완벽 성공 기대 
지난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됐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우리나라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1일 우주시대를 향하는 문을 열었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제2발사대를 엄청난 속도로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후 누리호는 3분간 지상에서 카메라로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비행을 계속했고, 발사 4분 뒤에는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모사체(더미 위성)를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됐다. 

이어 오후 5시5분에는 고도 300㎞, 6분 400㎞, 7분 500㎞, 8분 600㎞를 각각 통과했고, 10분에는 정상 비행 상태로 650㎞를 통과한 뒤 12분에는 3단 엔진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15분 위성 분리에 성공한 누리호의 비행은 20분에 종료됐다. 

발사 35분이 지나자 발사통제센터에서는 폭발이나 서고 없이 발사체 비행까지 성공시킨 연구진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탑재된 1.5톤급 모사체 위성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고도 700㎞까지 정상 비행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순간이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발사를 직접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지만 발사체를 700㎞ 고도까지 올려 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호는 이번 1차 발사 때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내년 5월 2차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2차 발사에는 1.5톤 더미 위성 대신 0.2톤 성능 검증 위성과 1.3톤 더미 위성이 탑재될 예정이다.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 참관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 참관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과가 아쉽긴 하지만 이번 발사를 두고 실패가 아니라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동 등 모든 과정이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진행됐다. 현재 1톤 이상 실용급 위상 발사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및 인도뿐이고 범위를 확대해도 스스로 발사체를 만들어 우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나라는 9개 정도다. 

이런 점에서 누리호 발사는 그 자체로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우주 역량을 내보인 첫 걸음이 아닐 수 없다. 

또 처음 개발한 발사체가 첫 발사에서 성공할 확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에서 실험이 잘 됐더라도 실제 우주공간에서도 잘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론 머스크가 만든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도 첫 발사 성공까지 세 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75톤급 엔진 4개를 엔진 하나처럼 작동하게 정교하게 제어하는 클러스터링 기술과 1단·2단 엔진 분리 기술을 첫 시도에서 성공시켰다. 

앞서 2013년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 당시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왔던 1단 엔진도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개발했다. 러시아는 물론 어떤 선진국에서도 이 극비 기술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축적한 경험이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누리호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12년 동안 투입된 예산은 1조9572억원에 이른다. 국내 기업 300여곳, 500여명이 참여하며 기술력을 쌓았는데, 이는 이번 누리호 개발·발사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도 뉴 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의 우주 관광 사업 경쟁에 합류하지는 못하더라도 정부와 민간 기업의 열정과 기술이 함께 만나 독자적이고 본격적인 우주 개발의 길로 들어서기를 희망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준 선물과도 같았던 이번 누리호 발사에 헌신한 연구진과 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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