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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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참회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11.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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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교황청
2014년 3월,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교황청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2014년 3월28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참회 전례.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갔다. 그리곤 한 사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웅성임이 일었다. 교황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신성한 자, 모두의 숭배자, 믿음의 절대자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토해내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제사 비로소 진정한 참회가, 진짜 죄가, 영원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1년에 한 번 예수의 재판과 처형을 기리는 날인 성금요일 오전에 사제들과 함께 평신도들의 고해를 듣는다. 그러나 이날 교황은 자신이 먼저 고해를 해버린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은 죄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 시절 한 신부 장례식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아리스티 신부님은 고해사제로 유명했을 뿐 아니라 신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런 신부님의 관에 헌화하다 신부님의 손에 쥐어진 묵주를 보았지요.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부님 손에 있는 묵주를 가져왔지요. 그 순간 신부님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백을 했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반만이라도 내게 주십시오’라고 말입니다.”

교황은 그날 이후 그 묵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특히 누군가에 대해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묵주가 있는 주머니 쪽에 손을 대면서 용서의 마음을 회복시켜 달라고 빈다고 한다. 그는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제 실수입니다. 이런저런 것이 제 단점입니다. 시간이 또 인생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들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참회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나라 지난 역사를 헤집으면서 사과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은 진짜 당당할까. 진정한 참회는 먼지만큼의 잘못도 죄라고 스스로 인정하는데서 나온다. 강요로 하는 참회는 진정한 참회가 아니다. 따라서 그에 따른 용서도 진정한 용서가 아니며 화해도 진정한 화해가 아니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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