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모 문화재청장 "장릉 아파트 문제 해결, 문화재 행정 기준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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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모 문화재청장 "장릉 아파트 문제 해결, 문화재 행정 기준점 될 것"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11.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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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문화재 훼손되어도 넘어갔지만 이젠 안돼...단호 대처"
"건설사 높이 조정 되지 않은 개선안, 가결되기 쉽지 않을 것"
"세계유산 갯벌, 강화 등 추가 난항…2025년까지 해야"
"근현대문화유산 방치되고 있어…보호법 제정 시급"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뉴시스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김포 장릉 아파트 문제 해결이 결국 앞으로 우리 문화재  행정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이 될겁니다. 옛날에는 문화재가 훼손되어도 다들 그냥 넘어갔죠. 이제 넘어가면 안 됩니다. 단호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향후 문화재 행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7월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공사가 진행됐다며 3개 건설사가 진행하고 있는 44개동 아파트 공사 중 19개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해당 건설사들을 고발해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김포 장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500m이내에 아파트 건설? 문화재위 '보류'

김포 장릉은 조선 16대왕 인조가 부모인 원종과 인헌왕후를 모신 능으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개 중 하나다. 아파트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인 장릉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지어지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35조1항2호와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고시 등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서 20m 이상의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건축물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

문화재 보존·관리·활용을 심의하는 문화재청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건설사가 제출한 개선안을 심의했지만 개선 조치가 미흡한 걸로 판단,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안에는 아파트 외벽 색깔 변경, 아파트 지하 및 지하주차장 벽면에 옥경원 비석, 문인석 패턴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문제가 됐던 아파트 높이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 청장은 "사실 건설사가 제시한 안은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외벽 페인트 색깔을 바꾼다고 이 문제가 해결이 되느냐"며 "아파트 높이 조정이 되지 않은 개선안이 문화재위원회에서 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를 심는 안에 대해서는 "현재 건물을 그대로 두고 나무로 가릴 수는 없다. 과거 높이를 조정하며 나무를 심어 경관을 바꾼 적은 있지만 높이를 그대로 둔 채 나무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또 위원회가 언제 열리느냐는 질문에 "날짜를 정해둔 게 아니다. 건설사가 유의미한 안을 내놔야 위원회가 열리고 심의를 하는 것"이라며 "결국 건설사가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놔야 이 문제가 조속한 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피해 당사자가 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 대해 "사실 그분들이 가장 안쓰럽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과거 문화재와 개발, 이슈 충돌 넘어갔지만, 지금은 문화재 보호 정부 기조

"문화재 보호구역의 관리 책임은 지자체에 있어요. 문화재청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를 모두 관리하기는 쉽지 않죠. 이번에도 다른 일 때문에 그 지역을 방문한 궁능유적본부 직원이 우연한 계기로 발견한 걸로 알고 있어요. 건설사는 지금 인천 서구청에서 적법하게 허가를 받았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결국 불법 건축물이죠."

이번 장릉 아파트 건설로 세계문화유산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국민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김포 장릉 아파트를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1만6045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김 청장이 직접 답변에 나서기도 했다. 

"그간 문화재 보호와 개발이 종종 부딪힌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국민적인 사안이 된 적은 90년대 초반 경부 고속철 경주 구간 이후 오랜만인것 같아요. 당시 결국 외곽 통과로 결론이 나며 문화재의 발굴, 조사 제도가 한 단계 진일보했죠."

현 정부의 기조도 이번 사태의 긍정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몇 년 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청와대나 대통령은 이쪽(문화재)에 관심이나 애정이 많다"며 "과거에는 문화재와 개발, 건설 관련 이슈가 충돌하면 문화재는 그냥 묻히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올해는 문화재 관리국이 생긴 지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장릉 아파트 문제는 문화재 행정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단호하고 균형있게 처리해야 합니다."

◆'한국 갯벌' 유네스코 세계유산 새로 등재 쾌거..."9개 지역 추가 등재 추진중"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관련해서는 김포 장릉 아파트 문제로 위기를 맞긴 했지만 '한국의 갯벌'이 새로 등재되는 경사도 있었다. 

우리나라 15번째 세계유산이며 자연유산으로는 두 번째인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에 있는 갯벌을 묶은 유산이다.

김 청장은 "당초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반려를 권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문화재청과 국무조정실, 외교부, 해양수산부, 지자체들의 긴밀한 협조로 위원국들을 대상으로 일대일로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설득한 전략이 이뤄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등재가 끝이 아니다. 멸종위기종 철새의 중요 서식지로서의 세계유산의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추가 지역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 때 강화 갯벌은 빠졌죠. 지역 분위기가 세계유산 등재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9개 지역이 추가 등재돼야 하는데, 갯벌들의 추가 확대를 위해 갯벌세계유산추진단, 지자체 등과 함께 주민 공청회 등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겠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잠정목록으로 등록돼 있는 것은 '가야고분군'과 '대곡천 암각화군'이다. 가야고분군은 국내 절차를 마친 후 올 1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세계유산센터 및 자문기구 심사 중에 있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올 2월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된 후 심의 준비 중이다. 

김 청장은 "연간 신규 등재 건수 제한, 심사 절차 강화 등으로 세계유산 등재 확대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체계적인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세계유산 잠정 목록을 정비하고 신규 발굴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갯벌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전통어로방식인 '갯벌어로'가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기도 했다. 맨손 혹은 손도구를 활용해 갯벌에서 패류·연체류 등을 채취하는 어로 기술, 전통지식, 관련 공동체 조직문화와 의례·의식을 말한다. 

◆김치·한복 등 국가무형문화재 지정..."동북공정 논란 직접적 해결책 될 것"

김 청장은 "갯벌어로 외에도 최근 '막걸리 빚기', '장 담그기', '떡 만들기' 등 우리 전통 생활관습들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며 "요즘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줄어든 만큼 집에서 직접 이런 것들을 빚거나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치, 한복 등 무형문화유산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논란의 직접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김치 담그기나 한복을 만드는 전통 기술들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현재도 많은 국민들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생활 속에서 전승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우리 문화"라며 "더 많은 국민이 일상 속에서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로 발전시킬 때 문화 종주국 논란은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화재청에서는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높이기 위해 'K-무형유산 바로알리기'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식주 관련 생활관습이나 세시풍속 등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 무형유산을 국가무형문화재로 발굴·지정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근현대문화유산들 방치 아쉬워...보호법 계류 빨리 통과돼야"

올해 문화재청의 또다른 역점 사업은 '근현대문화유산'이다. 고대부터 삼국, 고려, 조선시대의 유산에 대해서는 '문화재'라는 개념이 잘 살아있지만 근대유산의 경우 단지 '낡은 건물'이라는 인식 탓에 허물어지고 있는 유산들도 많다. 

김 청장은 "근현대문화유산의 경우 법적 규정이 미비한 탓에 사라지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인천만 해도 근현대 유산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냥 방치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근현대문화유산보호법이 계류돼 있는데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이나 진해의 경우 근대 흔적이 참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문화유산들을 잘 보존하면 그 가치를 높이고 또 관광자원과 연계돼서도 지역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유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1961년 전남 순천 출생인 김 청장은 서강대 졸업 후 1990년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장,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저작권정책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등을 거쳐 2018년 문화재청 차장, 2020년 12월 청장으로 취임했다. 

"다음 달이면 취임 1년이네요. 사실 아직도 문화재를 애물단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집 주변에 문화재가 있으면 개발이 안된다는 식이지요.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문화재가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주민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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