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메카' 창녕 야생적응 훈련기
상태바
'따오기 메카' 창녕 야생적응 훈련기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11.25 11:31
  • 댓글 0
  • 트위터 386,9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창녕군
사진=창녕군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따오기라는 동요의 첫 구절이다. 이 처럼 따오기는 흔한 우리나라 대표 철새였다. 그랬던 따오기가 동요 속 노랫말인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처럼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렸다. 

대략 40년 전인 1979년. 따오기는 대한민국 하늘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목격된 것이 따오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무분별한 포획과 서식지 파괴에 따른 개체 멸종이 원인이었다. 이후로 따오기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2008년. 경남도와 창녕군이 '환경올림픽' 람사르 총회 유치를 계기로 우포늪 일대에서 따오기 복원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손 때문에 사라진 따오기를 사람의 손으로 다시 되살려보자는 취지였다.

중국이 한중정상회담 기념으로 그해 따오기 한 쌍을 우리나라에 기증하면서 복원사업은 현실로 다가왔다. 2008년 한중 정상회담 당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기증한 한쌍과 2013년 시진핑 주석이 기증한 수컷 두 마리로 인공과 자연부화를 거쳐 현재 개체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 이후로 10여년이 지난 지금. 몸 길이만 약 75㎝, 날개를 펼치면 1m가 훌쩍 넘는 크기의 위용을 자랑하는 따오기 300여 마리가 창녕군에서 자라고 있다.

야생방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멸종한 1979년부터 40년이 지난 2019년 봄. 40마리의 따오기를 시작으로 2020년 40마리, 2021년 80마리의 따오기가 한반도 하늘로 날아 올랐다.

성영광 창녕군 우포따오기과 따오기서식팀장은 "폐사가 확인된 개체를 제외하고 약 70%의 생존율을 보여 야생적응이 순조로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처럼 따오기가 '창공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따오기 자신도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좁은 새장 속에서 사람의 손길과 관심을 받으며 별다른 위협에 노출되지 않은 안온한 생활을 해오던 따오기가 험난한 야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혹독한 훈련이 필요하다.

자연은 '응석받이'를 받아줄 만큼 너그럽지 않다. 따오기들은 '자유 비행권'을 얻기 위해 일종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셈이다. 

지금부터 야생방사 관문을 넘기 위한 3개월 간의 따오기 훈련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은 사람에게 익숙해져야 한다.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는 하루 4번씩 관람객들이 직접 따오기를 볼 수 있도록 훈련장을 개방하고 있다. 이때가 따오기들의 '대인 훈련' 시간이 된다.

성영광 팀장은 "과거에는 사람이 따오기의 가장 큰 포식자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더이상 위험대상이 아니다. 사람에 대한 지나친 경계는 따오기의 야생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특히 따오기는 주로 인가 근처에서 활동하는 습성이 있어 대인훈련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따오기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관람객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천천히 누그러뜨리고 야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대물 훈련' 과정도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차, 경운기, 트랙터 등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적응 과정이다. 따오기복원센터는 훈련장에서 먼 거리부터 조금씩 인지하도록 해 나중에는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도 놀라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먹이 훈련'은 생존과 직결된다. 야생의 식탁은 훈련장처럼 풍요롭지 않다. 따오기들은 다양한 유형의 먹이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주는 사료와 미꾸라지에만 익숙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복원센터는 물 속 미꾸라지, 우렁이, 민물새우와 땅 속 지렁이, 두엄더미 속 굼벵이, 풀숲의 귀따라미 등 여러종류의 먹이에 익숙해지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성 훈련' 과정도 거쳐야 한다. 훈련장 2~5마리만 생활하는 환경에 익숙한 따오기들을 훈련장에 모아 45개체가 모둠생활을 하도록 유도한다. 따오기들은 이 군집상황 속에서 서열경쟁을 통한 사회성을 학습할 기회를 갖게 된다.

따오기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자연에 비해 상당히 좁다. 그렇다보니 비행에 필요한 근육발달이 충분할 수 없다. 제대로 날 수 없다면 제대로 살아남을 수도 없다. 그래서 '비행 훈련'이 필요하다. 이들의 비행 훈련은 가로 70m, 세로 40m 크기의 야생적응 방사장에서 이뤄진다.

성 팀장은 "따오기는 최대 시속 70㎞로 비행이 가능하다. 이는 자연에서 참매 등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한 큰 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따오기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훈련은 기본에 불과하다. '4주 기본 군사훈련'을 마친 신병인 셈이다. 지금부터는 '자대 배치'를 앞둔 따오기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생에 풀어놓은 따오기에게 가장 큰 위협은 포식자다. 땅에서는 삵과 담비가, 하늘에서는 참매와 수리부엉이가 이들을 호시탐탐 노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포식자의 위협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다.

성영광 팀장은 "포식자의 제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포식자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한반도의 자연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중한 자원이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창녕군과 따오기복원센터는 이들 따오기 포식자들의 행동권 분석을 통해 따오기 먹이터를 포식자와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유도해 줄 따름이다. 그 다음은 따오기 스스로의 몫이다.

또 다른 야생적응의 위협요인은 서식지 부족문제이다. 실제 일본에서 초기 따오기의 가장 큰 폐사원인은 아사이기도 했다.

창녕군은 우포늪 인근 국유지 16.2㏊를 따오기 서식지로 조성해 따오기 야생방사에 대비했다. 서식지는 따오기 방사 3년 전인 2016년에 조성해 인근 마을 주민들이 관리, 민관이 함께 성과를 낸 사례로 생태계 보전 부분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많은 따오기가 번식 장소로 이용하는 창녕군 이방면에 6.2㏊의 거점서식지를 조성해 따오기의 야생적응을 돕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할 일은 거의 다 했다. 훈련에 성실히 임해 준 따오기들은 3개월 수료증에 찍힌 등급에 따라 우수 훈련생부터 순차적으로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반갑게도 야생방사 2년 만인 지난 5월, 3마리의 따오기가 야생에서 부화에 성공했다. 이후 수리부엉이에 의해 1마리의 새끼 따오기가 살아남지 못하긴 했지만 2마리의 야생따오기가 이소(離巢)에 성공한 것이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복원사업을 이끌어온 환경부와 문화재청, 경상남도 뿐 아니라 따오기 도입과 원활한 복원을 위해 노력한 창녕군과 우포늪 전문가 그룹, 그리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군민들이 없었다면 아마 오늘과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얘기했듯 이제 생존은 따오기 스스로의 책임이다. 물론 야생방사 개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관리는 계속되겠지만 '3개월의 적응훈련'이 빛 바래지 않기 위해서라도 따오기들은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동네 앞 개천에서 긴 부리로 미꾸라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따오기 무리를 어렵기 않게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많은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SW

lmj@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