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로 단정지을 수 없는 '허경영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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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로 단정지을 수 없는 '허경영의 등장'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11.2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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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혐오'로 단정지을 수 없는 '허경영의 부각'
지난달 18일 현충원을 참배하는 허경영 명예대표.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선거철만 되면 꼭 행보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이번 대선에 다시 출마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다.

지난 8월 허경영 명예대표는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장군 복장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며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대통령이 되면 긴급재정명령권으로 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인당 1억원, 매월 국민배당금 150만원을 지급하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를 '국민 누구나 매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의 국민배당금을 받는다'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허경영 대표는 1997년과 2007년 대선에 출마했으며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득표율 1.07%로 오세훈, 박영선 후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는 시장 선거 직후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허경영에게 재산 도둑을 잡아 달라는 분노의 표심을 확인했다. 내년 대선에서는 허경영의 진가가 표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선거 출마 때마다 '국회의원 폐지', '결혼수당 5000만원', '수능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많은 이들이 허 대표의 '황당 공약'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도 그는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이 많다"면서 '국민 1인당 1억원, 국민배당금 매월 150만원 지급'을 취임 2개월만에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결혼자금 1억원, 주택자금 2억원 등 총 3억원을 지급해 부부가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생활비가 없는데 아이들 우윳값 준다고 애를 낳겠는가. 국민배당금으로 부부가 300만원을 받아야 생활이 안정된다"면서 '전 국민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때만해도 허경영의 이러한 공약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일축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급기야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등이 정계의 화두로 떠오르자 '차라리 허경영이 낫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일종의 '정치혐오'를 표현한 것이라고 일축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지난 25일 발표된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본선 가상대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5.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7.2%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바로 4.7%를 얻은 허경영 대표였다. 국회 의석 수를 가지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3.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3%)보다도 더 높은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전화자동응답(ARS) 조사(무선전화 RDD 100%)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 응답율은 5.2%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일까? 허 대표는 최근 정치권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고 실제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안상수 의원이 허 대표와 회동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졌다. 그는 출마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기도 했고 지난 25일에는 이재명, 윤석열 두 양강 후보에게 "두 후보의 자영업자, 전국민 등을 대상으로 약속한 공약과 '18세 이상 1억원 지급' 내 대표공약의 우위를 따져보고 민심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자"며 정책토론을 제안했다.

과거와는 달리 허 대표에 관한 관심은 '비꼬기'나 '정치혐오'가 아니라 '허경영이라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특히 양강 후보들이 서로 약점들을 노출하며 '역대 최악의 대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이기에 그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관심은 이른바 '제3지대'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라는 말도 나온다. 진보정당이 스스로의 개혁에 실패하며 민심의 외면을 받고 있고 안철수, 김동연 후보 역시 차별화된 전략을 보이지 못하면서 결국 제3지대 주도권을 허경영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도 나온다. '역대 최악의 대선' 속에서 허경영의 존재감이 마지막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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