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통령' 보리치 등장, 칠레와 중남미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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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대통령' 보리치 등장, 칠레와 중남미의 변화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12.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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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에 칠레 대통령에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 (사진=AP/뉴시스)
35세에 칠레 대통령에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칠레에서 '정치 기적'이 일어났다. 만 35세의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 후보인 보리치는 56%의 득표율을 얻어 44%를 득표한 우파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986년인 그는 내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하면 세계 최연소 대통령으로 등극하게 된다.

대선 1차 투표만 해도 보리치는 25.8%를 득표해 27.9%를 득표한 카스트에 뒤졌다. 그러나 모든 후보들이 50% 득표율에 실패하면서 치러진 결선에서 노동자, 청년 등의 지지를 등에 업은 보리치가 역전에 성공했다. '카스트가 되면 우파의 독재가 이어진다'는 국민들의 생각 역시 보리치 당선의 이유가 됐다.

보리치는 칠레대에 재학 중이던 2011년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이끌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 이후 2014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번 대선 좌파연합 경선에서는 유력 후보였던 산티아고 레콜레타를 꺾고 개선 후보가 됐다. 

그는 "신자유주의를 땅에 파묻겠다"면서 '수퍼 부자'들에 대한 중과세로 사회복지 서비스 향상, 불평등과의 전쟁, 환경보호 기금 확대 등을 공약했고 특히 낙태권, 원주민 여성 인권 제고, 성소수자 권리 향상 등을 공약해 청년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칠레는 미국을 등에 업은 피노체트 정권이 1973년 민주주의 정권을 이끌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사살하고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면서 독재 정치를 펼쳤고 이는 1990년 민중들의 저항으로 피노체트가 물러나면서 끝이 났다. 

칠레의 운명을 바꾼 것은 바로 '50원'이었다. 2019년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 발표는 교육, 의료 등의 불평등을 겪고 있던 칠레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칠레 국민들은 피노체트가 남긴 신자유주의와 현 대통령인 세바스티안 피녜라의 중도우파 정책에 강하게 반발했고 그 결과 칠레공산당 후보가 수도 산티아고의 시장이 된 데 이어 30대 젊은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보리치는 당선이 결정된 후 "모든 칠레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사회적 권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여기에 피노체트 군부 정권에서 만든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새 헌법을 제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어 헌법 개정까지 이뤄질 경우 사실상 '새로운 칠레'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보리치의 등장은 '30대 대통령'이라는 점과 함께 최근 남미에서 일고 있는 '분홍 물결'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룰라(브라질) 등으로 대표되던 남미의 좌파 정권이 잇달아 정치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우파에게 자리를 내주자 일부 국내 보수언론에서는 '좌파 집권의 결과는 경제 파탄' 등으로 이를 알렸다. 

그러나 최근 우파의 경제 불평등, 여기에 코로나 대응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등이 잇달아 좌파 정치인에 손을 들어줬고 칠레 역시 좌파 정부를 택하면서 중남미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번 결과를 두고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침묵'으로 반응한 것도 이 분위기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리치라는 젊은 진보 대통령의 등장과 중남미의 심상치 않은 변화는 지금 우리에게도 상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고 있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구태가 거듭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본다면 이번 칠레 대선과 중남미의 변화는 진실로 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침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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