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설(雪), 설(說), 설(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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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설(雪), 설(說), 설(舌)의 추억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2.01.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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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또 한 번의 설(名節)이 왔군요. 태어나 수없는 설을 맞습니다만 부모님 안 계시는 상태의 2십 수회 째의 설은 어찌 설 같지가 않습니다.

설을 열흘 정도 앞둔 장날, 어머닌 절 데리고 5일장에 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겉은 나일론 재질이고 속은 스펀지인가 솜인가가 들어서 따뜻한 점퍼를 사주셨는데(가을부터 졸랐었죠!), 그때의 엄청난 기쁨을 어디에 비할까요.

두고두고 입어야 한다며 몸에 살짝 큰 사이즈를 골라서 싫었고, 점퍼 값 깎느라 어머니랑 5군데의 옷가게를 왔다 갔다 했을 때 솔직히 창피했지만요.

그러나 이 자랑을 어떻게 참습니까. 설날 입어야 할 옷을 동네 친구들 앞에 미리 보이고 싶어 몰래 입고 나갔던 것까진 좋았습니다. 그런데 논두렁 불에 한쪽을 상당 부분 태우고 말았으니! 정말 큰 사고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죽도록 야단을 맞았는데, 제가 지금 살아있는 것으로 봐선 어머니께선 어느 선에서 절 용서하셨던 모양입니다. 아, 어머니!

또한 설은 한해의 새 첫날이어서 마음이랑 몸 다 깨끗이 해야 해서 이랬다죠. 전날 아버지 따라 읍내 목욕탕서 몇 시간을 때를 불렸던 생각이 납니다.

눈(雪) 싫어하는 사람 없을 텐데, 강원도 군생활 때 제가 겪은 눈은 참 지긋지긋했습니다.

망할 놈의 눈은 휴일에도 내렸고, 연병장에 한없이 내리는 눈을 쓸고 또 쓸어야 했습니다. 휴일 근무 당직 간부가 무슨 일로 심사가 뒤틀리면 우리 병사들은 실내서 TV시청은커녕 웃통을 벗고 눈을 치우는 고역을 치르기도 했죠.

겨울에 입대해 겨울 끝나기 전에 강원도 깊은 산골로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요, 북풍한설 몰아치던 한밤중에 부대 담을 넘어 십리(4km)는 족히 됐을 가게까지 고참들 술심부름을 가야했던 ‘몹쓸 군대시절’도 떠오릅니다.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눈밭에서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했던 ‘그 썩을 놈의 추억’이 눈이 오면 올수록 떠오르니 원!

지금 한국의 대기권 안에는 무슨 무슨 설(說)들이 설설 끓며 떠돌고 있습니다.

설은 달리 ‘의혹’(疑惑)으로 불리기 때문에 ‘누구의 무슨 설’ 하면 ‘누구의 무슨 일에 대한 의심’ 정도가 됩니다.

대중들은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일거일동에 아주 민감합니다.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 과거사가 궁금합니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셀럽들의 개인생활은 아주 흥미로울 수밖에요.
요즘 ‘아무개 X파일’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대박 치고 있다하네요.

대학 때 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부끄러움 많은 촌놈 출신인 전 여자에게 말 거는 용기는 없었지만 아이디어는 쬐끔 있었습니다. 마음이 애탔지만 직접 사귀잔 말은 못하고, 헛소문을 제 스스로 퍼트렸습니다. ‘누구와 누가 사귄다는 說’이 자연스레 나온 게 아니라 제가 비밀리에 제조했던 거죠.

하지만 잘 이뤄지지도 않았고 그 일을 떠올리면 금방 얼굴이 확 뜨거워지는데, 아마 이 기분, 평생을 갈 것 같습니다. 으이그!

대선 정국이어서 온갖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유력 정치인이 혀(舌)를 잘못 관리했다가 입는 설화(舌禍)는 치명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말에도 오해를 살 수 있고, 본심은 그렇지 않은 게 분명한데도 반대편은 공격의 호재라 생각해 모질게 다그치면 설화로 변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전 요즘도 라디오 방송 한 군데랑 전화연결 방식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데, 예전엔 라디오나 TV에 심심찮게 출연을 했었습니다. 조심에 또 조심을 했기에 대과는 없었지만 아주 실언이 없진 않았을 것입니다.

혀 설(舌), 내 혀 안의 말은 내가 다스리지만 입 밖으로 떠난 말은 그게 나를 다스리기에 참으로 신중을 기할 일입니다.

설(名節), 설(雪), 설(說), 설(舌)에 대한 추억이 마구마구 떠오르네요.

임인년(壬寅年) 새해 복(福) 많이 지으시기 바랍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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