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후보 로버트 돌의 ‘아내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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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후보 로버트 돌의 ‘아내 리스크’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2.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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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1988년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로버트 돌 상원의원은 요샛말로 ‘아내 리스크’로 실패한 사람이다. 그의 적수는 조지 H. W 부시였다. 첫 번째 전당대회가 열렸던 아이오와주에서 3위에 그쳤지만 만만케 볼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선거전략의 천재라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리 에트워터다. 그는 선거 캠페인이 시작되자 돌의 아내 엘리자베스 돌이 신뢰할수 없는 사람이라는 식의 기사를 언론에 흘려보냈다. 정치로 잔뼈가 굵어 웬만한 마타도어에는 끄덕도 않던 돌이었지만 아내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참지못하고 기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이 폭언은 그에게 ‘누군가가 반격을 하면 칭얼거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줬다. 에트워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돌에게 선거유세에서 부정을 저지른 캔사스 상원의원을 열거한 서한을 보냈고 언론에 공개했다. 분기탱천한 돌은 부시가족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그 다음에 실시된 뉴햄프서 예비선거에서도 돌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부시가 바짝 뒤를 좆아왔다. 부시 측에서 또 다시 돌이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돌이 반격하지 못하게 시기를 기막히게 잡아 부시가 승리했다.

선거후 NBC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는 라이벌에게 할말이 없냐고 묻자 미소를 머금으며 “없습니다. 그저 행운을 빌어요”라고 말했다. 같은 질문은 받은 돌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나에 대한 거짓말을 그만두라고 하시오”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이 장면은 이후 며칠간 방영됐다. 신문과 잡지 등은 이 장면을 가지고 온갖 잡설을 늘어놓았다. 열받은 돌은 언론을 비난했다. 사람들은 돌이 아이처럼 칭얼거린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 수많은 긍정보다 부정적 정보 하나로 마음이 바뀌는 심리)’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연이은 패배를 하면서 그는 재기불능 상태로 빠지게 됐다.

사람들은 사실과 상관없이 이미지에 반응한다. 이성보다 감성에 휘둘린다.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인 돌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링에 오른 사람이 경기에는 집중하지 않고 이런저런 불평만 늘어놓는다는 것이었다.

3일 첫 TV 대선토론이 있다. 누가 부정적 이미지를 많이 남기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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