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고개 숙이면 보이는 '이것'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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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고개 숙이면 보이는 '이것'의 정체는?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2.02.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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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몸비족 횡단보고 사고 막는 '바닥 신호등'
가시거리 짧아도 이상無 '활주로형 횡단보도'
중랑구에 설치된 '바닥 신호등'. 횡단보도 대기선 바닥에 LED 램프를 설치해 신호가 바뀐 것을 알 수 있고, 신호등과 연동해 작동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된다. 사진=이보배기자
중랑구에 설치된 '바닥 신호등'. 횡단보도 대기선 바닥에 LED 램프를 설치해 신호가 바뀐 것을 알 수 있고, 신호등과 연동해 작동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된다. 사진=이보배기자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사진'의 사전적 정의 입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생긴 이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요. 가끔 피사체 외에 의도치 않은 배경이나 사물이 찍힌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의도한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정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우리 주변에는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시설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최근 발견한 '이것'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사진 속 동그라미로 표시한 '이것'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보행자 안전을 위한 교통 시설인데요. 확대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입니다. 횡단보도 앞에 서게 되면 보이는 시설로 '바닥 신호등'이라고 불립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보행자 교통사고 증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실제 횡단보도 주변을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스몸비족'이라고 부르는데요.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한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좀비처럼 걷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바닥 신호등을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강남구로 138곳에 바닥 신호등이 설치됐다. 사진=이보배 기자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바닥 신호등을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강남구로 138곳에 바닥 신호등이 설치됐다. 사진=이보배 기자

문제는 이런 스몸비족의 보행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도 있다는 것인데요. 자신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기는커녕 자동차가 다가오고 있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닥 신호등'은 이런 사람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 상태에서도 횡단보도 신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바닥에 제2의 신호등을 설치한 것이죠.  

횡단보도 대기선 바닥에 LED 램프를 설치해 신호가 바뀐 것을 알 수 있게 했고, 신호등과 연동해 작동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됩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지역에서는 바닥 신호등과 함께 '자동음성 안내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보행자가 빨간불 신호에서 횡단보도로 진입하려 하면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음성을 내보냅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바닥 신호등을 가장 많이 설치한 곳은 강남구 인데요. 138곳에 바닥 신호등이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송파구(120곳), 노원구(92곳), 영등포구(88곳), 중구(87곳), 강북구(70곳), 광진구(65곳), 동대문구(62곳), 중랑구(60곳), 강동구(56곳) 등 10개 자치구가 50곳이 넘는 횡단보도에 바닥 신호등을 운영 중입니다.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마치 활주로와 같은 LED 유도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서초구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마치 활주로와 같은 LED 유도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서초구

바닥 신호등처럼 보행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교통 시설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활주로형 횡단보도'입니다. 

서울시 서초구에 전국 최초로 구축된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사고 재발율을 1%까지 낮췄습니다. 활주로형 횡단보도가 설치된 96곳 가운데 단 한곳에서만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인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마치 활주로와 같은 LED 유도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매립된 LED 유도등은 일출·일몰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제어되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그려져 일정 조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점등됩니다. 

야간뿐 아니라 가시거리가 짧아졌을 때도 잘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횡단보도 양 끝에 설치된 바닥 신호등과 달리, 활주로형 신호등은 좌우로 길게 설치돼 있어서 미세먼지, 안개, 우천 등의 상황에서도 해당 장소가 횡단보도임을 단번에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횡단보도는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약점은 점차 보완되고 있고, 안전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죠. 미래의 횡단보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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