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착각, 노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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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착각, 노인은 없다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2.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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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에이징(Well-Aging)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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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사람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잉태되어 엄마의 따뜻한 자궁 속에서 10개월(280일) 동안 태교(胎敎)를 받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출생 후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을 거친 후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따라 늙고 병들어 저 세상으로 떠난다.

국제연합(UN)은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측정하여 연령 분류의 새로운 표준 기준을 5단계로 나누어 발표했다. 즉, UN이 제시한 새로운 연령 분류 기준은 △0세-17세: 미성년자(Underage), △18세-65세: 청년(Youth/Young People), △66세-79세: 중년(Middle-aged), △80세-99세: 노년(Elderly/Senior), △100세 이상: 장수노인(Long-lived elderly) 등이다.

사람이 건강하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세계적 생명과학자들은 인간의 한계수명을 120세로 보고 있다. 성경(Bible, 창세기 6:3)에도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체가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일백이십년이 되리라(My Spirit will not contend with man forever, for he is mortal; his days will be a hundred and twenty years.)”라고 기록돼 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최대 욕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웰빙(Well-Being, 참살이)과 사람답게 늙는 웰에이징(Well-Aging, 참늙기) 그리고 사람답게 죽는 웰다잉(Well-Dying, 참죽음)의 순서를 밟기를 희망한다.

제3의 인생(The Third Age)이란 직업이나 일에서 은퇴하여 유유지적(悠悠自適)한 생활을 보낼 시기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자는 생각에서 붙여진 용어이며, 웰에이징(well-aging)도 같은 맥락의 용어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사회에 나설 때까지를 인생의 제1기, 사회인으로서 일하며 자녀를 키우는 시기를 인생의 제2기로 보고, 그 다음이 제3의 인생이다.

예전에는 제3의 인생 시기를 여생(餘生)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이러한 소극적인 삶이 아닌 적극적인 생활태도로 노령기를 보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고령자의 자기개발, 자기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공적 및 사적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제3의 인생을 시작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늘어나면서 활력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나이가 드는 웰에이징(well-aging)이 각광받고 있다. 웰에이징은 노년기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고,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한 노년의 삶 ‘웰에이징’은 더 나은 인생의 많은 가치가 함축되어는 복합어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aging). 안티에이징(anti-aging)은 노화(老化)를 거부하고 이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개념이지만, 웰에이징은 신체가 나이 드는 노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한다. 즉 웰에이징의 핵심적인 개념은 노화를 적대시하지 않고 변화를 이해하며 일상생활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액티브 시니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건강이다. 액티브 시니어는 기존 노년층과 달리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자기관리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마사지기나 안마의자 등의 홈 헬스케어 가전(家電)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서울 강남구에서 웰에이징센터(Well-Aging Center)를 2021년 12월 16일에 개소했다. 이 센터는 강남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시니어들을 위한 맞춤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개인의 건강과 체력에 따른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지구력(持久力), 상하체 근력(筋力) 등을 검사하는 기구가 어르신 연령에 맞춰 적당한 강도로 설정되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바른 자세, 척추운동, 인지기능 향상 등 5가지 신체활동과 건강요리 교육도 실시한다. 트래킹(tracking)은 총 70미터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웰에이징센터에는 간호사 1명, 영양사 1명, 건강운동관리사 3명이 상주하고 있어 개인별 기본 선별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 신체활동 솔루션(solution, 해법)을 제공한다. 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혈압(血壓) 등 기본 건강 체크부터 시작한다. 혈압이 너무 높거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강남웰에이징센터는 건강 프로그램 외에 요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주일에 두 번씩 영양교육(nutrition education)과 함께 평소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어르신 건강에 맞춘 쉽고 특색 있는 메뉴로 인기가 많다. 특히 남사 어르신들은 “요리가 부담스럽다”면서도 “배워야겠다”은 의욕이 넘친다.

건강한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건 바로 식습관(食習慣)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원료가 되므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삶에 보탬이 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다공증, 근감소증(筋減少症), 각종 성인병 등의 대표적인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이므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웰에이징의 출발점이라 볼 수 있다.

웰에이징을 위한 건강한 식습관으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채소 위주의 식사하기, △해산물을 하루 75g 이상 섭취하기, △고기는 구워 먹기보다는 삶아 먹기,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기 등을 생활화 하여야 한다. 근육의 원료인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는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를 선택한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을수록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 분비가 촉진되며,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근육(筋肉)은 50세 이후부터는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근력(筋力)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근육의 재료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절반은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여야 체내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히 공급된다. 단백질은 매끼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센터에서는 이용자들의 연령대에 맞춘 인문강좌도 진행한다. 시니어들의 관심사와 최신 트렌드(trend)를 반영한 건강·문화·교양 프로그램과 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두뇌튼튼’ 학습지를 통한 기억 활동 훈련도 제공한다. 웰빙, 웰에이징과 함께 장년 이후에 한 번쯤 생각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강좌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엔렌 랭어(Ellen J. Langer, 75세)는 저서 ‘늙는다는 착각(원제: Counter Clock Wise, 시곗바늘 거꾸로 돌리기)’에서 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고방식과 마음가짐이므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게 살면 실제로 신체적인 노화도 지연된다고 주장한다.

랭어 교수는 1981년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종신 교수직에 임용됐다. 1979년에 외딴 시골 마을에서 75-8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순하고도 혁신적인 심리 실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로 노화와 인간의 한계, 고정 관념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을 제시하며 심리학계의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세계적인 심리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1980년 랭어 교수는 뛰어난 학자에게 수여되는 ‘구겐하임 펠로우쉽(fellowship)’을 수상했다.

랭어 교수는 1979년 뉴햄프셔주의 피터버러에 있는 외딴 옛 수도원에서 75-89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수도원 환경을 IBM 컴퓨터가 방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고, 팬티스타킹이 미국 여성들에게 막 알려진 1959년으로 되돌렸다. 노인들에게 일주일간 20년 전의 본인으로 돌아가 생활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Explorer) 1호 발사, 피델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 등 1959년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되 과거 시제(時制)가 아니라 현재 시제를 사용하도록 했다.

일주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노인들의 행동은 물론 태도까지 변했다. 면접을 보러 처음 하버드대를 찾았을 땐 당시 데려다 준 친지들에게 의존했던 노인들이 수도원 도착 직후부터 모두 독립적으로 행동했다. 일주일 후엔 모두 청력(聽力)과 기억력, 악력(握力)이 향상되었으며 관절 유연성과 손놀림이 월등히 나아졌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다.

랭어 교수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신체가 아니라 신체적인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한다. 이에 노인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과보호를 멈추면서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갖도록 하면 덜 늙는다. 노화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들보다 평균 7년 반을 더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일 우리의 삶이 다른 연령대 집단의 삶과 유사하다면 우리는 그 연령대 사람들처럼 나이를 먹을까, 아니면 원래 연령대 사람들에 가깝게 나이를 먹을까? 훨씬 어린 배우자와 결혼한 여자들은 평균수명보다 오래 사는 반면 나이가 훨씬 많은 배우자와 결혼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죽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남자도 비슷했다.

나이든 사람도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가진 존재로 설 수 있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개인이 함께 노력하여 고령사회의 내일을 대비하여야 한다. 백세 장수인(長壽人)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항상 새로운 지적 능력을 추구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어울리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내일을 준비한다.

노화(老化)는 변화를 의미하지만 변화가 퇴화(退化)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에 나이 듦에 대한 신호를 줄이고 노년을 사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지레 나이의 감옥 속에 가둔 채 ‘노인다운’ 옷을 입고 ‘노인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나이를 먹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모두 병증(病症)으로 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건강에 관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좀 더 의식을 집중해 건강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 몸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노사연의 노래 ‘바램’ 가사의 한 소절과 같이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도록 한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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