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나만 걸리는 것 같은' 신호등 빨간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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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나만 걸리는 것 같은' 신호등 빨간불의 비밀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2.03.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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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 제어'로 요일·시간대별 탄력적 운영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사진'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생긴 이후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는데요. 가끔 피사체 외에 의도치 않은 배경이나 사물이 찍힌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의도한 것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정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보배의 말하는 사진'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장안교사거리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신호에 걸린다. 사진=이보배 기자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장안교사거리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신호에 걸린다. 사진=이보배 기자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지난 주말 한 달 만에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남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격리 생활을 한 탓에 저도 덩달아 칩거(?) 생활을 했었거든요.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서는 김에 조금 멀리 전남 담양까지 다녀왔는데요. 확실히 서울과는 다른 공기에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일상생활에서 다시 화이팅할 수 있는 기운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왕복 8시간이라는 운전의 무게는 고스란히 남편이 져야 했지만요. 

외출이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사진 속 장안교사거리는 '아, 이제 집에 다 왔구나' 생각을 하게 되는 구간인데요. 이상하게 이 사거리에서는 매번 신호에 걸리는 기분입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빨간불에 걸려들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중에서도 혹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대기하다 보면 이상하게 이 구간에서는 꼭 신호에 걸리는 것 같은 장소가 있지 않으신가요? 마치 누군가 신호등을 일부러 조작한 것처럼 말입니다.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신호등은 주변 시설과 교통상황에 따라 신호 시간을 바꾸기도 하는데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고, 왜 그래야 하는지 도로교통공단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신호등이 설치되는 조건부터 알아보면, 차량 통행량이 많은 수도권은 거의 모든 교차로에 신호등이 적용돼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무신호 교차로'가 운영되기도 합니다. 

신호등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7조 제1항'에 따라 시간당 600대 이상의 자동차와 150명 이상의 보행자가 지나다녀야 하고, 교통사고가 연간 5회 이상 발생한 '사고다발구간'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신호등 설치가 가능합니다. 

또 학교 앞 3000m 이내거나 통학 시간대 자동차 통행 간격이 1분 이내인 경우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있는 초등학교와 유치원 주 출입구 근처 횡단보도에는 반드시 차량 신호기와 보행자 신호기가 설치돼야 합니다. 

이제 신호등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설치된 모든 신호등은 '신호운영계획'에 따라 작동되고 있는데요. 신호운영계획에 따라 결정되는 조건은 △신호순서 △신호시간 △신호주기 등 세 가지입니다. 

신호순서는 신호등이 켜지는 방향과 순서, 석직진, 선좌회전, 동시신호 중 교차로 구조, 방향별 교통량, 인접교차로와의 연계성 등을 분석해 최종 결정됩니다. 

신호시간은 신호등이 켜진 상태로 지속되는 시간을 말하는데요. 차량 신호시간은 방향별 도로용량과 교통량을 토대로, 보행자 신호시간은 횡단보도의 길이와 보행자의 구성 및 통행량을 근거로 결정됩니다. 

신호주기는 다음 신호가 나오기까지의 시간 간격으로, '나만 빨간불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신호주기는 현장여건에 맞는 최적의 주기가 적용되는데 최적의 시간대를 찾는 것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신호주기가 짧으면 지나갈 수 있는 차량의 수가 줄어들고, 반대로 길면 불필요한 대기시간으로 인해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신호주기에 따라 신호등을 제어하는 방식은 크게 '고정식 제어'와 '시간대 제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항상 고정된 패턴으로 운영되는 '고정식 제어'가 사용됐지만, 지금은 요일과 시간대별 교통 특성이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시간대 제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물 흐르듯 통과했었는데 평일에는 이상할 정도로 신호가 자주 걸리는 장소가 있다면 바로 '시간대 제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시간대 제어 방식에 차량검지기를 더해 신호 효율을 극대화한 '실시간 제어'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좌회전 차량이 적은 교차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감응신호'와 서울 시내 일부 교차로에 적용된 '완전대응신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완전대응신호'는 교차로 모든 방향의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가장 최적화된 신호주기를 제공하는데요. 덕분에 운전자와 보행자는 교통정체 걱정 없이 쾌적한 통행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실시간 제어 방식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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