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출소 7개월 맞은 태광그룹···계열사 인력 감축에 매각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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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출소 7개월 맞은 태광그룹···계열사 인력 감축에 매각설까지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2.05.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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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인사·매각…이호진 체제 위해 새판짜나
공식 경영 복귀 어렵지만 최대주주 지배력 확고 

지난해 10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만기 출소'한 이후 태광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가 하면 흥국화재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또 다른 계열사 티시스의 다수 직원 보직 이동 발령에 이어 티캐스트와 티알엔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출소한 이 전 회장 체제로 전환을 위해 그룹 전반에 대한 새판짜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물론 이 전 회장의 공식적인 경영 복귀는 불가능한 상태지만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대대적인 사장급 인사의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출소한 이호진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 구축을 위한 행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진=뉴시스
대대적인 사장급 인사의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출소한 이호진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 구축을 위한 행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출소 후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새판짜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먼저 태광산업은 지난 1월 조진환 대표와 정철현 대표를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조 대표와 정 대표는 각각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섬유사업봉부를 전담한다. 

2월에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신임 대표이사에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를 각각 선임했고, 3월에는 일주·세화학원과 일주학술문화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 등 그룹 산하 3개 재단 이사장에 이재현·이우진·서혜옥 교수를 각각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대대적인 사장급 인사의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해 출소한 이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 구축을 위한 행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11년 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행이 끝난 날로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의 공식적인 경영 복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보유 지분을 토대로 그룹 전반에 실직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흥국생명의 지분 56.30%를 가지고 있다. 흥국생명 지분을 통해 흥국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에도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다. 

올 초 대대적인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한 태광그룹은 보험 계열사인 흥국화재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결정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출소 후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새판짜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시사주간 DB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출소 후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새판짜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지=시사주간 DB

흥국화재는 지난 13일까지 만 45세 이상, 입사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항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받았다. 

흥국화재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최대 연봉 24개월 치를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하고, 3000만~4000만원의 별도 위로금과 함께 대학생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는 자녀 1인당 2년 치 학자금도 일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화재 측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 생존을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부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고정 비용 절감 목적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인력 구조를 쇄신하는 한편, 인력감축을 꾀하는 추세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깜짝 희망퇴직 실시로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계열사 티시스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보직 이동 발령 소식이 있었다. 

디지털타임즈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가 지난달 29일 자로 직원 37명에 대해 대기발령을 내렸고, 이 중 일부는 재택근무령을 받았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또 최근 197명의 보직 이동을 발령했는데, 이중 79명(40.10%)이 IT사업본부 내 SI사업부 소속 임직원이라며 SI사업부를 중심으로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티시스가 SI사업부를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태광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퍼질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대기 발령이 아니고 발령"이라면서 "흥국화재 희망퇴직과도 별개"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태광그룹 내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와 티알엔의 매각설도 들린다. 티캐스트는 E채널 등 10개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고 티알엔은 T커머스 '쇼핑엔티'를 운영한다. 

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횡령과 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2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태광그룹은 오승현 티알엔 대표를 티캐스트 대표이사로 선임해 미디어 계열사 두 곳의 대표를 일원화했다. 또 양사 재무담당 임원도 일원화해 미디어 사업 수익성 개선과 경영 효율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2019년 SK텔레콤에 티브로드를 매각할 당시 티캐스트 매각도 추진했던 것을 들어 매각 추진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또 이 전 회장이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PP와 T커머스 등 전통 미디어사업 매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티캐스트가 1000억~1500억원 수준에 SK브로드밴드에 매각을 원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티캐스트가 SK브로드밴드에 인수를 제안한 것은 맞지만 서로 원하는 가격이 다르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도 꽤나 구체적이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티캐스트 인수 추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티캐스트 인수 후보군으로는 SK브로드밴드, 티알엔 인수 후보군에는 NH농협과 우체국, 홈앤쇼핑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계열사 안팎의 재정비를 통해 이 전 회장 체제를 구축한 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에 앞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이 불거진 이후 약 10년 동안 대규모 신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 사이 태광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4542억원으로 늘었고, 최근 울산 화섬공장 아라미드 증설에 14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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