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캔들 의원에 대한 허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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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캔들 의원에 대한 허들링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5.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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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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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황제펭귄의 삶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고달프다. 남극의 바람과 한설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외딴 고도에서 태어날 때부터 살에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새끼들은 엄마 품에서 아빠 품으로 넘어 갈 때 툭하면 떨어져 동사한다. 거기에다 새끼가 없는 펭귄들의 유괴행위도 만연해 언제 어디서든 새끼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엄마는 새끼를 낳자마자 아빠에게 넘기는데 이는 자신의 몸을 추스리기 위해 당분간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별의 슬픔은 생존보다 가치가 높을 수 없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있기 때문에 떠남은 단호하다. 겨우 살아 남으면 어미와 애비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교대한다.

이들이 살아 남는 방법은 허들링(Huddling)에 있다.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이다. 이들은 집단적으로 원을 그리며 서로 밀착해 바람을 막으며 추위를 이겨 나간다. 원을 따라서 안 쪽에 있던 펭귄은 천천히 밖으로 나가고 밖에 있던 펭귄은 안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이 장면은 비장하며 숙연하다. 누구 하나 반칙을 하지 않는다. 상호 간 교감을 통해 사회적 결속을 이루는 이런 행위로 이들 공동체는 유지되고 자손만대 살아남는다.

이런 훌륭한 행위가 우리 정치권에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이 하는 허들링은 뭔가 수상하다. 이들은 자신들과 동료인 의원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면 허들링으로 감싼다. 그러다 정 안되면 제명이라는 묘수를 찾는다. 제명은 당하면 소속된 당에서는 떠나지만 국회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 한마디로 ‘눈 감고 아웅’인 것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허들링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추행 등에 이어 최고의 화제를 모은 박완주 의원 사례다. 이 역시 제명으로 민주당과의 연결고리를 잘랐다.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에는 여러 여권인사들과 친여매체 인플루언서들이 허들링하고 있다. 씁쓸하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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