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북특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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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북특사론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05.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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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사진취재단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잘 모른다. 예전에 그와 식사를 한 적은 한 번 있다. 그 때 찬찬히 살펴보니 머리에 뿔이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마에 인공기가 그려지지도 않았다. 성격 또한 호기롭다기보다는 수줍음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퇴임한 문 대통령 얘기가 부쩍 많다. 태영호 의원이 그를 대북특사로 보내자고 했더니 진영논리에 따라 180도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처음엔 나도 이 소리를 듣고 긴가민가 했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아주 자본주의 물이 제대로 들었구나할 정도였다.

한 탈북민은 북한이 특등머저리로 평가한 자를 대북특사로 보낼 만큼 대한민국에 사람이 그렇게 없는가라며 정체가 불분명한 그를 왜 보내느냐고 따졌다. 북한에서 외교를 배운 자의 수준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면서 남한에 왔으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태영호가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 구나라며 한 번 빨갱이는 영원한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면서 북한 간다는 사람 보내고 국군 포로 데려오자는 김련희 북송법을 추진한다는 그를 이제는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공식 방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보낼 것이라며 기름을 부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 바쁜 바이든 대통령이 여기까지 와서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옛날에 한두 번 만난 적 있는, 그 우정으로 만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은 그렇게 안 움직인다. 쓸모가 있으니까 만나는 것이라며 지금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둘 있는데 트럼프하고 문재인이다. 바이든이 트럼프를 특사로 보낼 수 없으니 문 전 대통령을 특사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카터 전 대통령도 1994년에 북한에 간 적 있고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 북한으로 가서 억류된 사람을 데리고 나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좀 꺼려하지 않을까요라는 물음엔 기분은 안 좋겠지만 문 전 대통령이 움직여서 한반도 상황이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핵 문제 해결의 수순을 밟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문 전 대통령 대북특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볼 때, 윤 대통령과 미국 측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라고 관측했다.

어쨌거나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을 대북특사로 보내자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을 돕자는 인도적 지원 행보로 볼 때는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다. 부수적으로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를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만약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북특사로 간다면 좋은 점도 있다. 그가 북한을 잘 알기 때문에 그동안 밀렸던 숙제도 이 기회에 정리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을 송환해줄 의향은 없는지, 국군포로 사정은 또 어떤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어떻게 됐는지, 판문점까지 눈가리개를 씌우고 몰래 북한으로 보낸 어부 2명은 잘 있는지, ‘김여정 하명법인 대북전단금지법은 맘에 드는지, 금강산 남측 시설물은 왜 말도 없이 뜯는지, 조금 더 볼륨을 키우면 1조원 넘는 차관은 언제 갚을 것인지, 멀쩡한 170억원짜리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으니 무엇으로 갚을 건지, 올해 들어 허구한 날 쏘아대는 미사일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닌지 등을 따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열병식을 야간에 하라는 조언을 듣고 그렇게 한 것인지도 꼭 물어봤으면 한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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