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학(技政學) 시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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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학(技政學) 시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정상회담
  • 시사주간
  • 승인 2022.05.23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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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기정학(技政學) 시대’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미래 국제정치의 핵심은 기술이다.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地政學) 시대에서, 기술 패권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 시대가 도래했다.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오자마자 군사지역이 아닌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찾고 떠나는 날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만난 것도 기정학 시대의 산물이다.

양국은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동맹’을 선언했다. 기술동맹은 바로 안보동맹이다. 최첨단 기술에 기반한 양국의 협력은 경제 안보 동맹으로 차원을 달리한다.

전세계는 최근까지도 반도체 공급에 시달렸다. 자동차 수급은 반도체 물량이 모자라 애를 먹었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 이라 불리며 앞으로도 로봇, 인공지능, 우주산업 등 쓰이지 않는 데가 없는 만큼 물량 확보가 중차대한 일이다. 대부분의 군장비도 반도체가 핵심 역할을 한다. 반도체가 부족하면 군전력에도 큰 영향을 미침은 불문가지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양국은 기술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상대방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6월 혁신경쟁법 등을 통과시켜 중국을 견제했다. 중국도 바로 반외국제재법을 만들어 미국에 대항했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신냉전 시대에서는 더욱 경제가 안보에 직결된다. 따라서 미국이 이끄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공급망 문제가 불거져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다. IPEF는 디지털 경제, 사이버 안보, 데이터에 대한 접근,청정 재생 에너지, 과학 기술, 이에 대한 세금 부분 등도 포함되는 것인 만큼 그 의미는 매우 크다. 양국이 제3국 소형모듈원전(SMR) 역량 강화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국제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키로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SMR은 규모 300㎿ 이하의 소규모 원전으로,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뛰어나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만큼 원전 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러 놓은 원전 부활이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한 메시지를 묻자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이 간결한 인사는 북한과의 외교를 재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성공하지 못한 다양한 시도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 19 지원 등 북한에 대한 지원 시도는 대부분 반응을 얻지 못했다. 대신, 김정일은 미사일 발사로 답했고 7번째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이 “안녕하세요”라고 한 한마디는 더 이상 북한에 기대할 게 없다는 함축적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중국이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구석이 역력하다. 중국이 회담내용을 시빗거리로 삼는 이유는 불 보듯 뻔하다. 공산주의자들은 아직도 지정학적 논리에 매몰돼 있다. 이들의 생존 수단은 평화가 아니라 타국을 지배해 먹거리를 찾는 일이다. 균형외교니 해서 애매매호한 자세로 중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에게서까지 멀어졌던 문재인 정부의 과오를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균형외교란 수사학적 용어일 뿐이지 현실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립적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가입을 선언한 이유는 자명하다. 심지어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도 나토 회원국들과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힘센 동맹국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국제 정세다.

아무튼 이번 한·미 정상회회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은 안보에서 경제로 지평을 넓혔다. 기정학 시대에 맞춤한 회담이었다. 한·미 동맹은 경제협력을 넘어 세계 에너지 안보 및 자유 민주주의 확산과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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