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위헌' 첫 파기환송···처벌 완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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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위헌' 첫 파기환송···처벌 완화 아니야
  • 유진경 기자
  • 승인 2022.06.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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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 '처벌 완화 신호'로 인식하기도
음주 재범률 2021년 45.4%, 지난해 44.8%
"처벌 강화로는 부족…예방조치 입법 필요"
美 등에선 음주운전 전과자 시동 잠금장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유진경 기자] 3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윤창호법 조항이 적용된 사건이 대법원에서 처음 파기환송됐다. 

피고인은 지난해 1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음주운전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2명을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던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측정을 거부해 윤창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징역 4년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윤창호법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 거부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기준을 명시한 '제148조의2의 1항'에 대해 "재범기간과 형량에 상관 없이 가중 처벌하는 것은 비례원칙 어긋난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는 윤창호법이 당장 효과는 볼 수 있으나, 강력한 처벌보단 단속과 교정수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음주운전 2회, 음주운전 1회·음주측정거부 1회, 음주측정거부 2회의 경우 모두 해당 법 규정을 적용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일부 조항의 위헌 결정이 났어도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처벌 수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면허정지 기준 혈중 알코올농도 0.03% 이상(개정 전 0.05% 이상) △면허취소 기준 0.08% 이상(개정 전 0.10% 이상) 등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음주운전 처벌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 위헌 결정을 '음주운전 처벌 완화' 신호로 잘못 인식하거나 기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반응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음주운전 관련 커뮤니티들에는 윤창호법 위헌으로 형사 처벌과 행정 처분의 수위가 낮아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높다.

특히 '단순음주 2진 아웃' 행정처분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네티즌들은 "형사처분은 위헌이 됐는데 행정처분은 왜 거들떠보지 않느냐", "평생 2번 음주운전을 하면 정지든, 취소든, 억울하게 적발됐든 상관없이 2년간 면허 취소다. 형평성과 비례의 원칙에 안 맞다", "술 마시고 운전하는 건 잘못이지만 밤에 마시고 아침에 음주단속에 걸리는 건 좀 억울할 것 같다. 놀러가서도 술 입에 대지 말고 운전만 하고 다니라는 건 슬픈 가장을 만든다"는 등의 비판적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간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감소세였지만, 재범률은 윤창호법 제정 당시 잠시 주춤하다 2020년 45.4%, 지난해 44.8%로 다시 높아졌다. 매년 단속에 적발된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셈이다.

이영광씨는 윤창호법 보완입법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음주운전 예방조치에 관한 입법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재판관분들이 지적하신 처벌강화보다 예방조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캐나다나 미국 같이 선진국의 경우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한다"면서 "음주운전 전과자들의 경우 음주 측정을 해서 시동을 걸도록 하는 잠금장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들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예방 조치가 조금씩 논의되는 수준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게끔 한 법안들이 발의가 돼있는데 모두 계류상태다.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갖고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음주운전의 가중처벌은 유지하고 구체적인 음주운전 재범인정 기간 10년 등을 적시해 위헌 소지를 없앤 도로교통법 개정안(하태경 의원 등 발의)이 계류돼있다. 또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게 하는 개정안(임호선 의원 등 발의) 역시 계류 중이다. SW

y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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