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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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6.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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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ttps://m.blog.naver.com/alsn76/4021083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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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풍문(风闻)은 오늘날로 말하면 유언비어다. 여기서 나온 말이 풍문언사(风闻言事)인데, 옛 중국 감찰어사 등의 언관은 이리저리 주워 들은 유언비어를 임금에게 아뢸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일은 풍문으로 떠도는 말을 고해 바치더라도 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없는 풍문도 만들고 침소봉대해 고해 바치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북송의 구양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청렴한 관료지만 생질의 처를 도둑질 했다거나 며느리와 사통했다는 풍문에 시달리다 낙향한다. 당시 왕이었던 인종은 풍문언사가 나랏일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나중에 후회하지만) 한때 오히려 장려하기까지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난 문자를 민주주의의 양념 같은 것이라며 옹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풍문언사로 멀쩡한 사람이 해를 입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숙종시절에 이조판서 조사석이 숙원정씨의 어머니와 정을 통했다는 이유로 김만중 등의 탄핵을 받았으나 숙종은 오히려 김만중을 유배 보내버렸다. 이도 풍문언사의 혜택(?)인지도 모르겠다.

풍문언사가 정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은 나중에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공격하는 칼날로 변질되고 붕당현상이 가속화되는 길을 열어준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붕당정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정권을 잡기 위해 모함을 기반으로 한 비열한 암투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이 권력을 장악하면 국정을 농권(弄權)하게 되는 것이다.

대선과 지방 선거 패배를 두고 민주당의 내홍이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친문과 친명의 삿대질은 이제 암투의 수준을 넘어 국민들 앞에서 대놓고 싸운다. 자기 편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결국 야만의 길을 걷게 된다. 이낙연계와 정세균계는 계파의 씨앗이 되는 친목 모임을 해체하겠다고 했다. 붕당의 조짐을 없애버린 것이다. 친명계도 호응해 주는 것이 도리다. 더불어민주당 내 온건파로 꼽히는 이상민 의원의 말처럼 “‘금기와 성역’ ‘맹종과 팬덤’ ‘일색과 패거리, 배척’ ‘계파성’ 등이 무엇보다 산산조각 내 부숴져야 할 것”이다. EP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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