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에 대한 장애극복 이미지, 이제는 걷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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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에 대한 장애극복 이미지, 이제는 걷어내야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2.07.26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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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대선 기간에 시청각장애인 등 장애인들이 국회 앞에서 감각장애인 관련 공약 수립 요구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지난 20대 대선 기간에 시청각장애인 등 장애인들이 국회 앞에서 감각장애인 관련 공약 수립 요구를 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지난달 27일은 ‘세계 시청각장애인의 날’이었다. 

세계 시청각장애인의 날은 세계 시청각장애인연맹(The World Federation of The Deafblind: WFDB)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것이다. WFDB(더블유에프디비) 등은 매년 세계 시청각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헬렌 켈러(이하 헬렌)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청각, 시각, 언어장애인 삼중의 장애를 뛰어넘은 기적의 여인이며, 미국의 작가이자 세계적인 교육자라는 것들도 헬렌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헬렌은 반전 운동가이며 사회주의자, 더 나아가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웠던 인권운동가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사실 헬렌은 이러한 활동으로 비난에 시달렸다. 후원이 끊겨 생계에 위협을 받은 적도 있었다. 강연 활동을 못 하도록 압력이 들어오거나 기고하는 글들이 반려되기도 하였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끊임없는 감시도 받았다. 하지만 헬렌이 중증 장애인이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함부로 연행하지는 못했다. FBI(에프비아이)가 헬렌의 활동을 도청하려 했지만 전화기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이라 도청 장치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웃픈’ 일화도 있다.

김효진·백혜련(2015)은 이러한 헬렌을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노력하였으며 장애인 당사자의 인식개선에도 큰 노력을 했다. 헬렌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노동자나 여성, 흑인 등 사회적으로 배척받는 사람들에 대한 대변자이자 지지자로서 사회변혁 운동을 이끌었다는 점이다.”라 평가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헬렌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불평등에 맞서 싸웠던 활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았던 당시도 그랬고 현대에 와서도 그녀의 이런 삶은 외면당하고 있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홍보용으로 포장된 헬렌의 ‘장애극복’이라는 이미지만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헬렌 켈러’와 같은 시청각장애인들이 있다. 헬렌 켈러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넘게 지났지만 우리나라 시청각장애인의 삶은 여전히 밑바닥이다. 

만여 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2017년의 조사(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30%는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최근 2년 이내에 건강검진을 받은 이도 50%에 불과하다. 10명 가운데 7명은 혼자서 생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인력(촉수어통역사 등)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다행인 것은 몇 년 전부터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2019년 12월에는 “장애인복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시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 재활과 자립 지원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시청각장애인을 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안들도 국회에 발의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 시청각장애인들의 활동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이 정책을 주도하거나 시청각장애인이 참여하더라도 제한적이다. 어쩌면 이는 시청각장애인을 온전한 주체로 보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봉사,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청각장애인들의 정책을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끼워 맞추려 해서 그럴 수 있다.

지금은 헬렌이 살았던 시대와 다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정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사회 활동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장애인들, 특히 시청각장애인들에게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장애극복’의 대상이라는 낡은 이미지이다.

100여 년 전 헬렌에게 씌워졌던 이미지, 현재에도 남아 있는 그것들을 이제는 벗겨내야 한다. 비장애인들의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더 이상 안 된다. 

이제는 시청각장애인들이 주체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는 시청각장애인 관련 사업이나 정책의 중심에 시청각장애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장애’가 아닌 ‘인간으로서’ 그들의 삶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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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2-07-26 13:06:12
공감합니다.
장애인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장애인에게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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