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와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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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와 불장난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8.0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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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학자연맹의 한스 크리스턴슨 소장은 1일(현지시간)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지하 격납고 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4월 17일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것으로 중국 중북부 지역의 한 미사일 훈련장에 건설 중인 지하 격납고 모습. 워싱턴=AP
미국과학자연맹의 한스 크리스턴슨 소장은 1일(현지시간)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지하 격납고 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9년 4월 17일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촬영한 것으로 중국 중북부 지역의 한 미사일 훈련장에 건설 중인 지하 격납고 모습. 워싱턴=AP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아니 지금..."

"송선생도 아마 살아나기 어려울 게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아니, 그러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1994년 3월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남북 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의 차관급 장관이었던 박영수가 했던 협박성 발언이다.

그해 3월 초, 국방부는 북한 측의 국제원자력 기구(IAEA) 핵사찰 수용을 전제로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미 IAEA 사절단이 북한 평양에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인근국과의 협조체제를 만들려고 모색했다. 3월 하순에는 북핵문제를 들고 일본을 방문, 호소카와 일본 총리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 방문을 통해 아키히토 일본 천황으로부터 "과거 역사에 대해 깊은 반성"이란 사과 메시지를 받아내기도 했다. 중국도 공식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성과도 얻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박영수가 한 발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한반도는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카터 전 대통령이 중재안을 들고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김영삼 대통령은 카터에게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대북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도록 부탁하기도 했다. 참으로 긴박한 봄이었다.

며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불장난을 하면 화상을 입는다. 미국 측이 이를 명확히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협박했다. 양측은 지금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긴장상태다. 이런 시점에 일국의 정상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불장난’이나 ‘불바다’ 라는 말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준다. 전투기가 날아와 포탄을 떨어뜨리고 탱크가 불을 뿜어 참혹한 일이 벌어지는 장면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6.25를 겪은 어르신들은 전투기의 비행 소리와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온몸이 오싹해진다고 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 했다. 개인 간에도 아무리 화가 나도 어느 정도 선에서 자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국가 간 대화에서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아무리 막가파식 공산당 정권들이지만 이런 말을 거리낌없이 퍼부어 대는 심리 상태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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