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설 때 졸고도 살아남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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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설 때 졸고도 살아남은 이유?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09.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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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김정은 연설 때 졸고 있는 리명수 총참모장과 뒤에서 이를 노려보는 조연준 검열위원장. 사진=시사주간 DB
2017년 4월 김정은 연설 때 졸고 있는 리명수 총참모장과 뒤에서 이를 노려보는 조연준 검열위원장. 사진=시사주간 DB

# 2017420.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는 데 머리를 숙이고 조는 사람이 있었다. 거수를 위해 손을 들고 의사표시를 하는 순간에도 손을 든 채 머리가 앞으로 숙여졌다. 북한군 서열 2위 리명수 총참모장이었다. 이 모습을 뒷줄에 앉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조연준 검열위원장이었다. 당 간부들을 감독 통제하는 위치로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순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명수 총참모장이 불경죄로 처형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리명수는 아직도 건재하다.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리명수는 이듬해인 20184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북한 대표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해 논란을 불렀지만 문제없었다. 201863일 리영길에게 총참모장 자리를 물려줬으나 613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김정은을 환영하는 환영식에서 그대로 차수 계급장을 단 채 김정은을 영접했다. 그해 816일 사망한 김영춘 원수 장례식에는 김정은 옆자리에 나타나 건재함을 보여줬다.

그해 99일 북한정권 창립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했고, 123일 사망한 김철만 장의위원을 지냈으며 201928일 건군절 행사 보도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제1부사령관으로 최고사령관 김정은 바로 다음 지위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고령이어서 현직에서 은퇴한 20194월에는 조선노동당 74중전회에서 정치국 위원에서 소환됐고, 20207276차 노병대회, 20217차 노병대회, 올해 5월 현철해 장의위원, 7268차 노병대회에 참가해 주석단에 올랐다.

그렇다면 리명수가 현영철이나 장성택처럼 불경죄로 처벌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리명수는 올해로 88세다. 1997년부터 10년간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지내며 북한군의 브레인역할을 했다. 2007년에는 국방위원회 행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까지 가신역할을 했다.

이 같은 경력 때문인지 리명수는 20132월 인민보안부장을 끝으로 은퇴한 지 3년 만에 총참모장으로 재기용되는 등 김정은 위원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다.

이로 보면 김정은이 총애하는 사람은 가신그룹이다. 지난 519일 사망한 인민군 총고문(인민군 원수) 현철해를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을 치르고, 고위 간부 중에는 이례적으로 4·25문화회관에 안치하는 한편 시신 운구까지 직접 했을 정도로 극진했다.

꾸벅꾸벅 졸아서 누구는 고사총으로 처형당하고 누구는 보란 듯이 살아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곳이 북한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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