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날’과 ‘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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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날’과 ‘밥심’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9.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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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답이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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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신촌 세브란스병원(Severance Hospital)내 푸드코트(food court)에는 다양한 식당들이 있으며, <밥이답이다(babidabida)>는 한식 음식점이다. 우리는 하루에 아침·점심·저녁 삼시세끼 식사를 한다. 시장할 때는 ‘밥’이 ‘답’이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밥을 먹고 나서 생기는 힘인 ‘밥심’이 있어야 한다. 평소에 하루에 한 끼 밥을 먹을까 말까한 사람도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은 밥심’을 외치며 ‘밥’을 찾는다. 

8월 18일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에 제정한 ‘쌀의 날’이다. 올해로 여덟 번째인데 8월 18일로 정한 이유는 쌀 미(米) 한자를 획으로 풀어보면 ‘팔(八)+십(十)+팔(八)’이 되며,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88) 번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우리는 농업인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밥을 먹어야 한다. 우리는 ‘집밥’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떠올린다. 

밥맛이 좋다고 할 때는 밥 냄새가 구수하고 밥에서 윤기가 흐르며 씹을 때 질감이 부드럽고 끈기가 있어 입안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있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선 좋은 쌀이 있어야 한다. 좋은 쌀을 고르는 법은 포장지에 양곡표시를 참고하면 된다. 여기에는 쌀 품종, 등급, 단백질 함량 등이 적혀 있다. 먼저 등급 또는 완전미 비율이 높아야 한다. 완전미 비율이란 깨지지 않고 품질이 고른 쌀의 비율을 뜻한다. 

농부들의 정성이 담긴 쌀 재배 과정은 파종-모내기-물관리-추수-도정 등 크게 5단계를 거친다. 벼의 <파종(播種)>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무겁고 충실한 벼 종자를 골라 파종 전 병충해 방지를 위해 소독을 한 후, 싹이 트면 묘판에 파종을 한다. 묘판 설치 장소는 햇볕이 잘 들고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며 지력이 좋고 온도차가 균일한 곳이 좋다. 

<모내기>는 파종 후 대략 10일 정도가 지나면 벼가 발아(發芽)한다. 이때부터 비닐 한 쪽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40일이 지나면 이양기를 이용해서 못자리에서 기른 모를 본논에 옮겨 심는다. 볍씨의 발아 온도는 보통 최저 섭씨 8-13도, 최고 온도 40-44도, 최적 온도 30-34도이지만, 품종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물관리> 벼의 생육기 중 물관리와 잡초방제(雜草防除)는 벼의 생육을 조절할 수 있고 환경오염을 덜 시키면서 벼를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추수(秋收)> 벼의 수확 적기는 조생종은 이삭 나온 후 40일, 만생종은 45일경이다. 전체 이삭의 90% 이상이 누렇게 황금색을 뜨면 추수를 시작한다. 콤바인으로 베고 탈곡해서 수확한 벼는 3일 정도 건조 작업을 한다. 

<도정(搗精)> 벼를 정미소에서 찧어 쌀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도정이라고 한다. 쌀은 도정 정도에 따라 1-12분도로 나눈다. 현미(玄米)는 벼에서 왕겨만을 벗겨내 0분도에 해당되며, 쌀겨와 쌀눈이 있어 영양이 뛰어난다. 5분도미는 현미와 백미(白米)의 중간단계이며, 백미는 12분도에 해당한다. 백미는 밥맛은 좋으나 쌀겨와 쌀눈이 깎여나가 영양소 손실이 있다. 

쌀에는 정해진 유통기한이 없으나 도정한지 2주가 지나면 산패(酸敗)가 진행된다. 이는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일 뿐 영양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면 도정일부터 2주 이내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먹을 만큼 소포장으로 구입해 소비하는 것을 권한다. 쌀은 습기에 약하므로 습기만 주의한다면 실내 상온에 보관해도 괜찮다. 밀봉해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좋은 쌀은 모양이 대체적으로 균일하며 투명하고 광택이 난다. 또 쌀알에 금이 간 것이 없고, 흰색이나 검은색 반점이 없다. 국산 쌀은 투명하고 쌀알의 길이가 짧으며, 둥글고 폭이 넓다. 쌀 한 톨의 무게는 대략 0.02g이므로 밥 한 공기가 100g이라고 하면 우리는 쌀알 5000개를 먹는 셈이다.

최고 품질 쌀 품종은 밥맛(밥 모양, 윤기, 풍미), 외관(심복백, 투명도), 완전미(도정수율 등), 내재해성(도복, 병해충 저항성) 등 4가지를 고려하여 선정된다. 2020년에 선정된 품종 15가지는 다음과 같다. 삼광벼, 운광벼, 고품벼, 호품벼, 칠보벼, 하이아미,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벼, 수광벼, 대보벼, 현품벼, 해품벼, 해담쌀, 청품벼 등이다. 

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25억 인류를 위한 주식으로 전세계적으로 옥수수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다. 벼는 벼속(Oryza)의 재배종이며, 벼속에는 약 23종의 벼가 있고, 이중 재배종은 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는 오리자 사티바(Oryza sativa)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오리자 글라베리마(Oryza glaberrima)가 있다. 

아시아 재배벼는 동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자포니카벼(short grain)와 남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인디카벼(long grain)의 두 아종으로 크게 구분된다. 자포니카는 쌀알이 둥글고 짧으며 끈기가 있고, 인디카는 길이가 길고 불면 훌훌 날린다. 인디카가 전 세계 쌀 9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쌀은 자포니카로 밥을 지으면 찰기가 있고 구수한 맛을 낸다.

벼는 약 10,000-14,000년전 야생종으로부터 순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포니카벼와 인디카벼의 기원에 관하여 많은 주장들이 있어 왔으나 근자에는 자포니카 재배벼는 중국의 다년생 보통야생벼(Oryza rufipogon), 인디카 재배벼는 인도의 일년생 보통야생벼(Oryza nivara)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벼의 재배 기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장강 유역에서 1만 년 전부터 재배되었고 이후 인도 지역으로 퍼져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기원전 2000년경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삼국시대부터 농경(農耕)이 급격히 발전했고 통일신라시대에는 보리, 조, 기장, 콩, 벼 등의 식용작물은 물론 모시, 삼 등의 섬유작물이 재배되었다. 

한반도에서 오래 재배된 토종작물도 지역에 따라 종류와 재배 분포가 다르다. 이는 사람들의 기호나 풍습이 기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상도에서는 겉보리를 선호하지만, 전라도에서는 쌀보리를 더 많이 심는다. 전남의 경우, 겨울철 기후가 비교적 온난하고 논이 많아서 이모작(二毛作)에 쌀보리를 재배하기가 적당한 환경이다. 반면 경상도는 겨울에 춥고 밭이 많아서 주고 곁보리를 심었다. 

한식은 주식과 부식이 뚜렷하게 구분되며, 밥은 우리나라 음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밥은 쌀이나 보리, 현미 등 각종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으로 우리 음식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주식이다. 밥은 영양성분이 골고루 갖춰져 있으며, 다양한 반찬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조리법이 간단할 뿐만 아니라 수분이 많아 먹기가 쉽고, 소화 흡수에도 좋다. 

쌀에는 풍부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식이섬유 등을 고르게 함유하고 있어 쌀 중심의 식단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건강을 위하여 쌀을 먹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쌀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한국인의 쌀 소비가 매년 줄고 있다. 

현재 쌀은 아시아 대다수 지역의 주식으로 전 세계 쌀 생산량의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전후만 해도 쌀이 부족해 보리나 밀가루 같은 혼식(混食)과 분식(粉食)을 장려하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 도시락의 쌀과 잡곡 비율을 정해놓고 검사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쌀 소비가 줄어 잉여양곡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국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지난해 155.8g으로 햇반 등 즉석밥 한 공기가 210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며, 하루에 4분의 3공기 정도 먹는 셈이다. 통계를 시작한 1964년에는 329.3g으로 한 공기 반 정도를 먹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 공기 조금 넘게 먹었다. 그러다 2008년(207.7g)부터는 한 공기 미만으로 뚝 떨어져 계속 줄고 있다. 

요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제 탄수화물인 쌀밥이 뱃살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등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 그러나 만약 쌀이 비만(肥滿)의 원인이라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의 비만 인구 비율이 높아야 하지만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쌀 생산의 기반이 되는 벼농사는 식량안보 기능 외에 대기정화 등 환경보전과 홍수 예방 등 공익적 가치가 크다. 벼농사를 장려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안정적인 쌀 소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부가 막대한 기회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보유미가 적정 재고량보다 2-3배 늘어나고 있다. 7월말 기준 농협재고는 41만톤으로 작년 동기 24만톤 보다 17만톤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2522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3.6%나 하락했다. 쌀값 하락 원인은 소비는 감소하는데 생산은 늘고 수입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를 20년간 미룬 대가로 매년 외국산 쌀 40만톤을 수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쌀값을 지지하려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데 다른 작물보다 벼농사가 유리해 농민들은 벼 재배면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이는 쌀 소득이 다른 작물보다 훨씬 높다. 2020년 1ha당 쌀 소득은 732만원으로 콩(512만원)의 1.4배, 밀(59만원)의 12.4배 크다. 자가 노동 투입 시간은 1ha당 쌀 87시간, 콩 151시간, 밀 34시간이다. 이를 시간당 소득으로 환산하면 쌀은 1시간당 8만4000원 수준인데 비해 콩은 3만4000원, 밀은 1만7000원에 불과하다. 또한 벼농사는 기계화하고 농작업 대행이 활발해 고령농이나 도시농부도 가능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5.8%이다. 쌀(92.8%)를 제외하면 밀(0.5%), 옥수수(0.7%), 콩(7.5%)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다. 우리나라는 매년 1600만톤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는 세계 7위 식량 수입 국가로 작년에 곡물 수입에 89억달러(약 11조원)를 지출했고, 올해는 곡물 가격 급등으로 100억달러 이상의 지출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쌀인데 쌀 소비가 매해 감소하고 대신 다른 곡물의 수입은 증가하면서 세계 곡물파동에 취약한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국회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식량안보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휘청거리고 있다. 식량 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져 식량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식량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구심점이 현재로선 없다. 

지난 20년 동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상질서 구축과 분쟁해결 과정이 있었는데 최근 WTO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세계는 식량안보라는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됐다. 대안으로 국내 생산기반 강화와 안정적인 해외 식량 공급망 확보가 꼽힌다. 모든 곡물을 100% 자급할 수는 없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연간 소비량의 17-18%는 유사시를 대비해 비축하도록 권고한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월 29일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으로 못 견디겠다는 농민들의 절규가 서울 한복판에서 울려 퍼졌다. 이날 ‘농가경영 불안해소 대책마련촉구 농민총궐기대회’에는 전국에서 농민 1만명이 모여 농업 생산비 보전 및 구곡(舊穀) 추가격리, 신곡(新穀) 선제격리를 촉구했다. 한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수확기를 앞두고 농민들이 상경한 이유는 햇곡 수확기까지 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쌀값이 추락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으로 농업 경영비 부담은 커져 농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농민들은 햇곡에 대한 신속한 시장격리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대안으로 벼 재배지에 분질미(粉質米) 재배를 통해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대국민 소비촉진 운동은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며 한시적일 뿐이다. 이에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소비자가 소비하고 싶도록 쌀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가 개발돼야 한다. 즉 소비자가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형태로 개발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여야 하며, 쌀 중심 식습관 형성을 위해 교육·홍보사업을 지속 추진하여야 한다. 

쌀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 식량작물 재배 유도 등 정부가 쌀 산업의 근간을 유지하되 농민들이 신뢰할 수 있고 소득이 보장되는 대안을 제시해 쌀 문제를 식량안보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한 쌀이 수입 곡물의 소비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쌀정책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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