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싼 작품들은 누가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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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싼 작품들은 누가 샀을까?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2.09.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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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코엑스서 개최 두 전시 7만명 관람
프리즈 서울 쏠림현상 속 "한국미술 해외서 주목" 자평
대박 터진 프리즈 서울 수십억대 줄줄이 팔려 수천억 매출 추정
체급 다른 아트페어 한국 컬렉터 눈높이 높여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서울에서 경이로운 한 주였다. 저희 부스는 내내 정말 바빴는데 오프닝 날 뿐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해서 판매를 지속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타데우스 로팍,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창립자) 

장사는 끝났다. 이젠, '그 많은 비싼 그림은 누가 샀을까?' 궁금증만 떠돈다.

지난 2~6일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Kiaf)가 폐막했다. 양 주최측은 6일 입장객 7만 여명이 방문했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지난해 8만8000명보다 준 것과 관련 키아프를 주최한 화랑협회는 "올해는 누적 방문 기록을 제외한 실제 방문객 수만 집계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올해 판매액을 발표하지 않았다. 작년 65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며 '사상 최대 흥행' 호들갑 홍보와는 다른 행보다. 아트페어 특성상 사전과 사후 판매가 이어져 정확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프리즈 서울도 판매액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지만, 행사 기간 팔려 나간 작품 금액만 추정해도 작년 키아프 매출을 뛰어넘는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키아프 매출의 10배, 6000억~8000억 원까지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프리즈 서울'은 첫날부터 수억 수십 억원 작품들이 속속 팔려나갔다. 서울에 처음 온 세계적인 화랑들은 이어지는 작품 판매와 관람 열기에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의 에너지가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아트에 굶주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할 정도로 참가 화랑들은 물밀듯 들어오는 컬렉터들과 구매력에 깜짝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네바 런던 등에 갤러리를 둔 협업 아트벤처인 LGDR은 "미국 회화 작가인 조엘 메슬러의 개인전에 나온 12점을 모두 팔았고, 서울에 처음 온 스위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조지콘도 38억 짜리 그림을 필두로 개막 1시간만에 작품 15점, 시가 100억 원대에 육박하는 작품들을 팔아치웠다. 

영국 리슨갤러리도 서울에 온 보람을 느꼈다. 10억 원 짜리 아니쉬 카푸어 작품, 7000만 원(4만5000파운드)짜리 줄리언 오피 작품은 2점, 1억원(6만4000파운드)짜리 라이언 갠더 작품 등을 한국에 넘겼다.  독일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첫 날만 5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안토니 곰리의 작품이 약 8억원(50만 파운드), 게오르그 바셀리츠 회화가 16억3000만원(120만 유로)에 판매됐다.  가고시안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1984)을 1500만달러(약 204억 원)에 팔았다. 프리즈에 따르면 한국의 사립미술관들과 젊은 개인 컬렉터들을 비롯해 특히 중국 큰 손들이 사전 예약해, 이미 작품을 판매하고 들어왔다는 갤러리들이 많았다.

서울에서 대박이 터진 프리즈는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 이어 서울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가 됐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프리즈 사이먼 폭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제쳤다”며 벌써 내년을 기약했다. 프리즈는 화랑협회와 5년간 매년 코엑스에서 이 행사를 개최한다. 

서울에 처음 온 하우저앤워스 등 세계 유명 화랑들도 모두 내년 참가를 약속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샴페인을 터트리며 해외 화랑들이 프리즈 서울에 극찬한 건 "서울의 아트페어 판을 바꾼 행사"라는 점이다. 

키아프의 '한국미술의 세계화' 전략은 프리즈 서울에 묻혀, 작가들만 의문의 1패를 당했다. 프리즈 서울에 취한 관람객과 컬렉터들은 눈 높이가 높아졌다. 프리즈를 먼저 보고 온 관람객들은 키아프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같은 작가 작품인데 프리즈 서울에 전시하는 작품과 차이가 난다고도 했다. 

프리즈 서울은 4일간 북새통을 이룬 반면 키아프는 쾌적하게 진행됐다. 키아프는 MZ 세대들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휩쓸던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에 위축됐다. 같은 날 한지붕에서 출입구를 달리하며 펼친 행사에 분통을 터트리는 반응도 나왔다.  기간만 맞춘 공동개최이지 진정한 협업이 아니다라는 불만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새로운 형식의 붐업이 아닌 국내외 큰손들의 관심이 프리즈에만 쏠리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한국화랑협회는 "프리즈 쏠림 현상은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한국 미술시장이 해외에서 이렇게 주목받은 적이 없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서울의 결과가 놀랍다"는 탄성은 대개 해외 화랑에 집중된 반응이다. 키아프에서 완판 실력을 보인 독일 갤러리인 페레스 프로젝트  하비에르 페레스(Javier Peres) 대표는 “이번 키아프에서도 페루의 화가 파올로 살바도르(Paolo Salvador)가 한국의 한 미술관에 소장되는 것을 포함하여 개인과 기관 소장품에 판매되는 등 도나 후앙카, 라파 실바레스, 파올로 살바도르 등 페레스 프로젝트 부스의 모든 작품들은 매진되었다"면서 "한국과 아시아 전역의 개인 및 공공 컬렉션을 대상으로 수많은 추가 거래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이 갤러리는 올해 프리즈 서울 열광에 내년엔 키아프에 참여할지 아닐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전했다. 

아트페어는 그야말로 갤러리들이 모여 그림을 파는 큰 시장이다. 장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남의 가게 물건 안 팔아준다. 안방을 '프리즈 서울'에 내준 키아프는 대형 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린 '골목 상권'으로 전락한 꼴로 보인다. 외국 유명 화랑들이 서울에 잇따라 지점을 내는 이유도 있다. 한국 작가들 보다 한국 컬렉터들이 매력적인 이유다. 잘 팔린다는 배경이다. 문제는 외국화랑들이 우리 작가, 한국 작가들의 판을 넓혀주는 것이 아닌 자사 전속 (외국)작가들을 한국에 진출시킨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판로와 무대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 2003년 텐트치고 시작한 프리즈의 성공 비결


프리즈(Frieze)는 또 성공했다. 장사를 하러 와 장사를 아주 잘하고 떠났다. 시작은 키아프보다 미미했다. 2003년 런던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시작했다.  "예술은 백만장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기치와 신진작가들의 '신선한 미술'로 흥행, 일약 아트바젤,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등극했다. 이는 문화 국력과 맞물린다. 당시 영국은 2000년 테이트 모던미술관 개관했고, 데이미언 허스트 등이 이끄는 yBa(young British artists)가 세계 미술시장을 점령한 바 있다.

프리즈는 학자, 컬렉터, 일반 대중들을 위한 세계적인 근 현대 및 컨템포러리 아트 플랫폼 중 하나라고 주창하고 있다. 아트페어 프리즈를 브랜드로 한 거대 아트페어 플랫폼이다.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 프리즈 뉴욕,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프리즈 서울 등 5개의 아트페어를  운영한다. 

프리즈는 거대 기업 자회사다. 글로벌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 Endeavor의 자회사인 IMG 그룹 네트워크에 속해 있다. 도이치뱅크가 든든한 후원사로 19년 연속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다.

◇ 키아프, 한국 최초 최대 국제아트페어...20년째 대기업 등 후원은 무색


키아프(KIAF)는 2002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국제아트페다. 국내 최장수, 최대 아트페어지만 '한국 미술 장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프리즈와 결탁한 것도 '내수용'에서 벗어나겠다는 야심이었다. 올해는 특히 키아프의 위성페어인 '키아프 플러스'도 첫 개최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난리법석 야단난 '프리즈 서울'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 

프리즈가 거대 기업의 자회사라면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한다. 국내 화랑들의 모임체로 지난 20년 간 화랑들의 잔치로 판을 펼쳐왔다. 국내 화랑들의 잔치로 알려진 키아프는 금융회사나 대기업의 후원이 무관심하다. 올해 처음 연 '키아프 플러스'에 중견 기업 위메이드가 후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화랑협회는 '프리즈 서울' 유치 덕을 봤다. 현대백화점, 삼성카드, 경복궁, 어퍼하우스, 한성자동차 등 후원사로 참여, 예년과 달리 수십억대의 후원금을 기록했다. 판을 만들어 부스비를 받는 협회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대형화랑 중소화랑의 빈익빈 부익부가 드러난 이번 아트페어는 결국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소외감을 낳았다.  
 
서울 큰 손들을 자극하며 세상 뜨겁게 열린 프리즈 서울은 '문화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보여준 자리다. 한국 미술의 미래는 결국 국력과 작가(화랑)후원의 힘에 달렸다. 비싼 작품도 빨리빨리 사는 한국인 구매력은 증명됐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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