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갑'···"보증금 더 깎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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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갑'···"보증금 더 깎아 달라"
  • 황영화 기자
  • 승인 2022.09.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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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수급지수 90선 붕괴…월세 선호 43%
현장선 보증금 5000만원~1억원까지 하락
"전세와 매매 동조화, 함께 하락세 불가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유모씨는 지난달 이사를 위해 기존에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았다. 그러나 집을 보러 온 예비 세입자는 "현재 가격보다 6000만원을 더 낮춰주면 계약하겠다"며 보증금 인하를 요구했다. 유씨는 세입자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운 탓에 해당 요구에 수용하기로 했으나 해당 세입자는 결국 다른 집과 계약을 맺었다.

#. 서울 내 일시적 1가구2주택자인 김모씨는 기존 전세입자의 이사를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전세 보증금을 1억원 낮췄는데도 문의도 없고 아예 전멸"이라며 "전세입자는 계약일자에 맞춰 이사를 간다고 하는데 돌려줄 보증금이 1억5000만원 정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금리인상 및 극심한 거래절벽 여파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갑을관계가 뒤바뀌고 있다. 이사를 앞두고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세를 주게 된 일시적 2주택자들은 물론, 계약 만료가 임박해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야 하는 집주인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전주 90.2에서 89.6으로 0.6포인트(p) 하락해, 지수 90선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은 86.3으로 전주(87.6)에 비해 1.3p 하락,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다.

전세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 수록 전세수요가 적다는 의미다.

이는 금리인상 및 전세사기 등에 대한 우려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직방이 지난달 17~31일 자사 앱 이용자 1306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주거 형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43.0%가 월세(보증부 월세 거래 포함)를 선호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당시 21.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목돈 부담이 적어서(40.4%)'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목돈 떼일 부담이 적어서(20.7%)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서(13.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현재 전세 보증금은 최고가 대비 1억원 정도 떨어진 상태"라며 "2~3년 전에 계약했던 분들의 경우 재계약을 하면서 그동안의 인상분은 월세로 돌려달라고 많이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진행하려다가도 날짜가 촉박하고 집이 잘 안 나가면 보증금을 일부 깎는 대신 깎은 부분 만큼 월세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전셋값 자체를 5000만원이나 1억원 정도 싸게 내놓아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며 "요즘 전셋값이 오르지를 않아서 그렇다"고 전했다.

여기에 추가 금리인상 예고 등으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거래 자체도 뚝 끊겼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5951건으로 새 정부 출범일인 5월10일(2만5748건) 당시보다 39.6% 늘어났다.
 
반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이날까지 집계된 지난달 서울 전세 거래량은 8996건으로, 지난해 9월(9012건) 이후 가장 낮은 상태다. 아직 신고기간이 보름가량 남아있어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8월 전세대란'이 올 것이라던 향간의 우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핵심 지표는 거래량이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속이지 못한다"며 "집값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 대출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집값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도 역시 매매와 함께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며 "전세와 매매는 동조화현상이 나타난다. 전세를 낼 때 대출을 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집을 영끌한 사람들도 힘들지만 전세세입자들도 힘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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