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데믹(Twi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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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데믹(Twindemic)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09.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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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계절독감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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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독감(毒感)에 대한 국민들의 면역이 저하된 탓에 올겨울에 독감(인플루엔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기승을 부리는 트윈데믹(twindemic)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본격 독감 유행 시작 시기도 예년의 11-12월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진 10-11월을 예상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인플루엔자(독감) 의사환자(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분율이 1천명당 5.1명으로 유행기준(4.9명)을 초과해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9월 16일 발령했다.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통상적으로 11월-4월 사이 독감이 유행했으나 최근 2년간은 유행이 발생하지 않았다. 

계절독감은 주로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지만 지난 2년 동안에는 유행하지 않은 이유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엄격한 방역지침이 해지되어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가을이 오기 전부터 다시 독감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다. 

질병청은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독감 유행 기준을 지난 절기(1천명당 5.8명)보다 민감하게 1천명당 4.9명을 적용해 대비를 강화했다. 질병청은 유행기간 영유아 보육시설, 학교, 요양시설 등 집단시설에 독감 예방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방역 당국은 트윈데믹에 대비해 두 질병을 동시에 검출하는 유전자증복(PCR) 검사 도입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은 모두 발열성 호흡기 질환으로 증상이 유사해 구별이 어렵다. 독감도 코로나처럼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 비말(飛沫)에 이해 감염된다. 독감에 걸리면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전신 근육통과 쇠약감이 심하게 나타나며 기침, 인후통(咽喉痛), 객담(喀痰) 등 호흡기 증상도 보인다. 독감이 갑작스러운 고열로 치솟는 경우가 좀 더 많고, 코로나는 미각(味覺) 상실이나 인후통이 뚜렷하다. 그러나 사람마다 증상 정도가 다르고 무증상 감염도 존재하므로 두 질환을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감은 건강한 성인이 감염된 경우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증상 발현 후 5일까지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년 유행 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다. 접종 후 2주 정도 경과하면 항체(抗體)가 형성되며, 효과는 6개월 정도 유지된다. 독감은 통상 이듬해 4-5월까지 유행이 이어지므로 10-11월이 지나 다소 시기를 놓쳤더라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정부는 9월 21일 만 13세 이하 어린이 중 2회 접종자를 시작으로, 10월 5일 1회 접종 어린이와 임신부에 대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고령자 중 만 75세 이상은 10월 12일부터, 만 70-74세는 10월 17일부터, 만 65-69세는 10월 20일부터 각각 연말까지 1회 접종이 가능하다. 질병청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 발생이 높은 임신부와 생후 6개월-13세의 어린이 대상자는 해당 일정 중 가급적 이른 시기에 예방접종을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독감(毒感)은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계절성 독감의 치사율은 0.1% 정도지만 전파력이 커서 인류를 힘들게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매년 계절성 독감에 350만 명이 감염돼 24만-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에서도 매년 2000-5000명이 독감으로 사망한다. 

1918-19년에 걸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Spanish flu)은 당시 16억이었던 세계 인구의 1/3을 감염시키고 1700-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1차 세계대전(World War I, 1914-1918)에서 죽은 사람은 1500만명(군인 900만명+민간인 600만명) 정도였다. 스페인 독감의 증상은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肺炎)으로 발전하는 가 싶더니 환자의 피부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검은빛으로 변해 죽어갔다. 독감 발원지는 프랑스, 미국, 중국 중 하나로 추정하며, 2005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 A, H1N1형으로 밝혀졌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국이 아니었던 스페인의 신문들은 독감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여 국제적인 공론화를 이루었다. 스페인 언론을 타고 유행병 발발은 세계 각지로 알려졌다. 마크 호닉스바움 영국 런던시티대학 교수는 “그때 수도 마드리드(Madrid)에서 근무하는 해외 특파원들이 이 독감에 대해 ‘스페인 독감’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현재까지 고정됐다”고 설명한다. ‘스페인 독감’이란 명칭엔 스페인 정부의 투명한 대응과 언론의 진실 보도가 전염병 창궐을 막을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이 새겨져 있다. 

현대의 감염병(유행병)은 1918년 스페인 독감보다 더 위험하다. 당시는 대서양을 건너는 데 8일이 걸렸지만, 요즘은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이에 바이러스가 더 빨리, 더 멀리 퍼져나갈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행인 것은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중위생(公衆衛生)도 향상되었으며, 방역 및 질병관리도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대응 체계를 갖추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현재 코로나19와 맞서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을 남겼다. 즉,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언론의 사실 보도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을 때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에게 질병을 관리하는 컨터롤타워를 맡겼으면 정치인, 언론인, 고위직 관리 등은 무분별하게 흔들지 말고 믿고 협조해야 한다. 

독감은 상부 호흡기계(코, 목)와 하부 호흡기계(폐)를 침범하며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 등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하다. 독감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며, 계절 구분이 있는 지역에서는 매년 겨울에 유행한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노인, 어린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이환되면 합병증이 발생하고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 

독감은 일반 감기(感氣, common cold)와는 원인균과 병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B,C형 세가지가 존재하지만,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은 A형과 B형이다. B형은 증상이 약하고 한 가지 종류만 존재하지만, A형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항원과 N항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보통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항원의 종류는 H1, H2, H3와 N1, N2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株)를 공시하며, 이에 따라 매년 다른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되어 유통된다. 

증상은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과 같은 전신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면서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등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여 감기와 비슷하게 발열이 없는 호흡기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전형적으로 고열과 호흡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독감 진단은 호흡기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거나,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하면 확실히 진단할 수 있다. 혈액을 채취하여 항체검사를 할 수 있다. 바이러스 배양은 인후(咽喉, 목구멍)에서 체액을 채취하거나, 비인두 세척 시 또는 가래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하며, 배양에 48-72시간이 걸리므로 검사 결과를 신속히 얻을 수 없다. 대신 바이러스의 핵 단백이나 뉴라민분해효소(neuraminidase)를 검출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신속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치료는 인플루엔자 A와 B 모두에 작용하는 타미플루(Tamiflu, 알약)와 페라미플루(Peramiflu, 정맥주사용) 등의 항(抗)바이러스제(劑)가 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중증 경과로 진행하는 인플루엔자,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5세 미만의 영아,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만성 질환자 등 합병증의 고위험군에서 이러한 약제를 이용한 항바이러스치료가 필요하다. 항바이러스 치료는 증상 발생 48시간 이내에 시작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합병증은 65세 이상의 노인과 심폐질환, 당뇨, 응고장애, 만성 신장질환, 면역억제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임신 2기나 3기의 산모, 2세 미만의 영아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폐렴(肺炎)이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으나 이차적으로 세균에 감염되어 세균성 폐렴이 생기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소아에서 독감 증상이 좋아질 무렵에 갑자기 구토나 흥분 상태가 나타나 경련과 같은 중증의 뇌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는데, 이를 라이 증후군(Reye’s syndrome)이라고 한다. 그 외 근육의 염증, 심장근육의 염증,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心囊)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뇌염(腦炎)과 같은 신경계 합병증도 일으킬 수 있다. 

코로나19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단계적 일상 회복)’ 등 성급한 일상 회복을 시도했다가 델타 바이러스와 오미크론(Omicron) 사태를 겪으며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은 대유행들을 지나면서 거리두기 없이 감염병 유행을 극복할 수 있는 데이터와 경험이 쌓였다고 평가한다. 

이창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9월 7일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서 현재 유행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1일 신규 확진자가 5만1780명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환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값인 감염재생산지수(RT)를 최근 1주간 집계치인 0.83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다. 다만 이 예측에는 추석 연휴(9월 9-12일) 이동량과 대인 접촉 증가 변수는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이르면 다음 달 외국인의 무(無)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하던 지난 2020년 3월 바이러스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 국적자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했다. 일본은 1-2개월전만 해도 하루 20만명 안팎이던 확진자가 9월 12일에는 5만2918명에 그쳐 4일 연속 10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국내 코로나 전문가들은 ‘비상대응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즉, 코로나 재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감염병(코로나19)도 점점 일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제 ‘잊힐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힘을 얻고 있다. 즉 비상시 대응 체계에서 일상적 대응 체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9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20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끝에 도달하지는 못하지만, 끝이 보인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WHO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약 1만1천명으로 지난주와 비교해 22%나 줄었다. 2020년 1월 30일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선언 이후 누적 확진자는 약 6억6,459만명, 누적 사망자는 약 649만명에 달한다. 

감염병(感染病) 대유행은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므로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관한 백서(白書)를 발간하여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 1889-1975)는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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