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은 먼저 잡는 자가 임자
상태바
기준점은 먼저 잡는 자가 임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2.09.29 07:24
  • 댓글 0
  • 트위터 385,68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 방문한 뒤 돌아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 방문한 뒤 돌아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인간 역사에서 ‘기준점’ 잡기 경쟁은 치열했다. 기준점은 ‘기준 닻을 내린 배가 크게 움직이지 않듯이 처음 제시된 정보가 기준점이 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라고 정의된다.

이 기준점으로 인해 인간은 조종당해 왔다. 기준점은 먼저 잡는 자가 임자다. 예를 들어 고대사회에서 어떤 점술가가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일은 왕세자가 죽을 것임을 암시한다고 하면 왕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그 이후 유성은 공포의 대상이 된다. 어떤 의사가 수은을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하면 그게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사람들의 의식 속으로 파고 들어 믿게 된다. 실제로 수은으로 목숨을 잃거나 수은 덩어리의 환약을 불로장생약으로 믿어 제 목숨을 스스로 해치는 자들이 비일비재했다.

또 어떤 사이비 종교인이 “나를 믿으면 집안에 복이 오고 부자가 되며 자손만대 번창 한다”고 하면 광신자들은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 행동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람들이 제시된 기준점에 따라 가치 판단을 다르게 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언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요즘에는 댓글 등을 통해 참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잘 사용하는 ‘좌표찍기’는 기준점 편향 심리를 매우 잘 이용한 사례다. 제법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저 자는 나쁜 놈”이라고 기준점을 제시하면 우르르 몰려가 ‘천하에 몸쓸 놈’으로 만들어 놓는다. 여기에는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할 수 없다. ‘제 눈에 안경’ 이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되든 나라가 어떻게 망하든 상관없다.

미국 뉴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MBC의 ‘해석’도 문제가 있다. 보통 언론사들은 어떤 기사를 취재하면 사실여부 이른바 팩트를 먼저 체크한다. 그리고 사실여부를 관련자들에게 질의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MBC는 이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자막으로 ‘바이든’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처럼 내보냈다. “나를 따르라” 하면서 깃대를 꽂아 놓은 것이다. 이 기준점은 개개인의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은 선점한 정보에 우호적이다. 국익과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MBC의 보도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군다나 광우병 보도 등의 전력을 되짚어 볼 때, 고의적이라는 오해를 살 우려도 있다. SW

jj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