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무례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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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례한 일인가
  • 시사주간
  • 승인 2022.10.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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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감사원
사진=감사원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에게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이라고 말하면서 책상을 내리쳤다. 이후 두 사람은 “누구에게 지금 버르장머리라 그러느냐” “어디 감히 의원 발언에 대해서” “감히라니, 의원이라면 모든 얘기 다 할 수 있나” “예의가 없잖아” 같은 말을 주고받았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청을 받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란 반응을 보였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삽화를 보는 느낌이다.

무례란 예의가 없다는 말이다. 유교가 이 나라 정치 사회문화계 전반을 장악하던 시절에 많이 쓰였다. 당시 ‘꼰대’들은 젊은이가 무슨 말을 하면 대뜸 “무례한 놈”, “벼르장 머리 없는 놈” “상놈의 자식”이라고 일갈했다. 우월감과 권위주의, 상대비하로 똘돌 뭉쳐진 꼰대들이다. 하지만 사회질서를 잡아가는데 일종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했다는 '무례한'이라는 말은 쓰임새에 '누구에게 감히'라는 권위적인 독이 들어있는 듯 하다.

대통령을 지냈다고 해서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법 앞에서 보통 국민들 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것도 시대를 헤아리지 못하는 박약한 정신에서 나온 야만적 사고다. 여기다 자신이 모시던 상관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면서 온갖 구실을 가져다 호위에 나서는 것도 썰렁하다.

감사원 서면 조사는 서슬이 퍼렇던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고 이들은 두말 없이 조사에 응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감사원 조사를 거부했지만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피격·소각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가족들은 아직도 가슴에 맺힌 피멍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한을 치유해주고자 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 그걸 조사하겠다는 감사원을 비난하고 항의하는 1인 시위는 또 무슨 해프닝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는 진상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보통 생각을 가진 전직 대통령이라면,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면 먼저 나서서 확인해 주는게 예의다. 확인조차 해주지 않고 무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례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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